이기우 "인공관절 장면, 비슷한 경험에 보면서도 아파" ②
뉴스1
2022.05.30 08:01
수정 : 2022.05.30 08:50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9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를 그려냈다. 시골과 다를 바 없는 경기도의 끝에 살고 있는, 평범에서도 조금 뒤처져 있는 삼남매는 어느 날 답답함이 한계에 다다라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 지루한 삶에서 해방되려는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극 말미에는 추운 겨울을 지나 서서히 봄을 맞는 삼남매와 구씨의 이야기가 그려져 위로를 통한 여운을 남겼다.
이기우는 극에서 염미정(김지원 분)의 직장동료이자, 해방클럽의 멤버인 조태훈으로 등장했다. 조태훈은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로 성실한 인물. 그런 그가 염기정(이엘 분)을 만나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연인으로 발전하며 인생의 변화를 맞는다. 특히 이기우는 극에서 '어른의 현실적이고 성숙한 사랑법'을 보여주는 조태훈을 섬세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나의 아저씨'가 본인의 '인생 드라마'였던 이기우는 박혜영 작가의 작품이라는 말에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바로 '나의 해방일지' 출연을 결정했다고. 유난히 무거운 책을 받아본 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에 푹 빠졌다. 연기를 하는 것도 너무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조태훈을 연기하면서도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한 그 덕분에 캐릭터는 극 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는 '나의 해방일지' 덕에 많은 것을 배운 것은 물론, 시청자로서도 많이 울고 웃었다며 이 작품이 본인에게도 의미 있게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을 마무리한 이기우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N인터뷰】①에 이어>
-시청자로서 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이 있다면.
▶'죽어서 가는 천국 따위 필요 없어'라는 염미정의 대사가 와닿았다. 가까운 지인의 갑작스러운 사고, 존경하던 스타들의 비보를 보면서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여유가 될 때 많이 경험을 하고 좋은 기억을 남겨보자 싶더라. 그래서 평소 '소확행' 찾으려고 하는데 내 생활 모토여서 인지 그 대사가 와닿았다. 드라마도 나를 그런 쪽으로 더 부추긴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14회에서 염가네 어머니를 화장한 뒤 인공관절만 남아있었던 장면. 나도 아버지께서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대본을 읽을 때부터 아프더라. 이 장면에 대한 소감은 개인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의 DM을 많이 받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극 중 이야기가 시청자들과 닿아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직장인의 애환 등 여러 에피소드에 공감하는 리뷰들을 봤을 때 배우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본인의 출연분 중 기억에 남는 것도 있나.
▶내 부분은 다 아쉽긴 했는데, 그중에 좋았던 건 12회에서 차를 빼 달라고 해 뛰었던 신이다. 그 장면에서 태훈이가 차를 빼줘야 해 멀리까지 뛰어갔다와 숨이 차 있는데 숨 좀 돌리라는 말을 듣고 '에?'라고 한다. 태훈이는 아마 12년 동안 누군가에게 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거다. 그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 태훈이의 표현이 짧고 간결하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돼 아쉬웠다. 그래서 그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했고, 리액션을 연구했다. 이 장면이 방송된 뒤 시청자들의 반응을 봤는데 정말 전문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분이 태훈이는 딸이 생기고 집에 걸어간 적이 없는 캐릭터라는 걸 이해하고 그 장면을 보시더라. 나만큼 캐릭터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분들이 많아 감동이었다.
-이 드라마 속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대사가 부연적이지 않고 간결하다 보니 표정이나 표현으로 디테일을 잡아놓지 않으면 그냥 후루룩 지나갈 것 같았다. 뭐든 걸리게끔 하고픈 배우의 욕심이다. 내가 준비했던 걸 100% 다 보여준 신도 있고, 아닌 신도 있지만 감독님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주셨다. 나는 아쉽지만 다른 분들이 보실 때는 임팩트 있는 부분도 있었고. 그런 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살피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일단 방송을 할 때 라이브톡을 켜놓고 같이 본다.(웃음) 내가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데 시청자분들 중에는 회사원 분들도 많지 않나. 그분들이 극에 나오는 '나쁜 사람은 남아있고, 좋은 사람은 퇴사한다'는 대사에 공감을 많이 하더라. 애 둘을 키우는 회사원 친구가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7년 만에 연락이 왔다. 연기로 연락을 준 건 처음이다.(미소)
-슈트 차림이 훈훈하다는 칭찬도 많지 않았나.
▶슈트도 원래 사이즈보다 작게 입고, 바지는 헐렁하게 해서 정말 회사원처럼 입으려고 했다. 재벌 2세 같은 역할을 할 때는 맞춤 양복을 입었는데, 이번엔 최대한 기성복을 찾았다. 운동도 몇 개월 전부터 아예 안 해서 슬림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일이 바쁜 아이 아빠가 몸짱이어도 이상하지 않나.(웃음) 그런데도 다른 캐릭터들이 편하게 입어서 내 캐릭터가 유독 반듯하게 보인 것 같다.
-'나의 해방일지' 속에 대사들 중에는 일상에서 잘 안 쓰는 단어도 나오지 않나. 대사를 입에 붙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어렵진 않았나.
▶많이 언급되는 '추앙'이나 제목에도 나오는 '해방' 같은 그런 것들, 태훈이가 프러포즈를 받고 '그럽시다'라고 답하는 것들은 사실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다. 사실 연기는 주로 평소에 쓰는 단어 위주로 하고, 설령 작가님이 구어체나 어려운 단어를 쓰더라도 배우와 감독이 합의하에 바꾸기도 하는데, 이번엔 배우들도 감독님도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조금 어색해도 결과적으로는 어색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갔는데, 리허설 때 어색하지 않더라. 이후 그게 임팩트 있게 쓰이는 경험을 하다 보니 신기했다. 작가님께서 이걸 다 계산하시고 쓰셨겠지 싶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조태훈 외에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었나.
▶사실 대본을 보면서 하고 싶은 건 창희였다. 늘 많은 걸 이뤘던 금수저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빈틈이 많은 창희의 모습이 탐나더라. 또 내가 창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미소) 이민기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런 부분이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재밌게 봤다. 구씨도 욕심났다.(웃음) 나도 운동하고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나오고 싶더라. 반듯하지 않고 헐렁한, 늘리면 늘리는 대로, 줄어들면 줄어드는 대로 유연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망가져도 행복할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 '해방일지'가 주는 메시지가 본인에게도 와닿았나 보다.
▶태훈이가 해방클럽을 하며 약해졌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나. 나도 2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동기들 중에 잘된 친구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을 봤을 때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런 것에 있어서도 약해지는 것에서 벗어나는 게 도움이 되겠더라. 그런 게 와닿았다. 또 배우가 화려해 보이는 직업 아닌가. 보는 분들도 그런 기대를 하니, 우리도 그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스스로를 구속하는 순간이 있다. 이런 걸 입어야 하고, 이 정도 차는 타야 하고… 마냥 무시하기에는 불안한 게 있다. 이젠 그런 포장지로부터 해방되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포장지만 화려한 어른이 아니라, 속에 들은 게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
-10년 후에는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
▶사람 좋은 배우로 기억됐으면 한다. 배우로서 뭔가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으로서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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