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인플레·공급망 불안…하반기도 '적자의 늪' 이어질듯
2022.06.01 16:10
수정 : 2022.06.01 16: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5월 수출이 역대 2위 수준으로 높았지만 무역수지가 적자로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석유제품은 역대 1위, 반도체·유화·철강 등이 5월 중 1위 달성 등 15개 품목 모두 증가하는 등 수출실적이 높았는데, 수입물가 상승세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도시봉쇄 등이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 탈출의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 78억4000만달러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수출입 통계 발표에서 높은 수출증가세(+21.3%)에도 그 이상의 수입증가율(+32.0%)이 발생하며 5월 무역수지는 지난 달(-25억1000만달러)에 이어 -17억1000만 달러 적자였다고 1일 밝혔다.
1~5월 연간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78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158억달러 적자로 추정해 하반기도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심화 등 불확실성이 커 수출 증가세에도 무역적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확대 등 어려운 여건에도 우리 수출은 19개월 연속 플러스,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3번째로 긴 수출 플러스 기간(1위 62개월, 2위 26개월)이다.
특히 1988년 8월(+52.6%)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던 2021년 5월(+45.5%)보다 20% 이상 성장하는 등 견조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곡물·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액이 급등했다. 알루미늄·니켈 등 비철금속은 미국 연준 금리인상과 중국 봉쇄 등으로 최근 하락세를 보이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월 비철금속 주요품목 수입액 증감률은 전년대비 알루미늄괴 +50.2%, 구리광 +25.7%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세계적 현상
이같은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는 세계 주요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증가세 바탕으로 주요국 대비 양호한 수준의 무역수지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일본·프랑스·이탈리아·미국 등 주요국들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며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추세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도 최근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10개월 연속 적자다. 지난 4월은 -8392억엔(-65억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일본의 4월 에너지 수입 증가율은 원유 +99.3%, 액화천연가스(LNG) +151.6%,석탄 +198.6%이었다.
패션·자동차·바이오 등 제조기반이 튼튼한 이탈리아도 최근 원유·가스 수입액이 급증하며 올해 1월부터 3개월 연속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2월 에너지 수입 증가율은 원유 +107.0%, 가스 +383.5%, 석탄 +461.1%였다.
에너지 수입액이 큰 프랑스도 대규모 무역적자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프랑스의 3월 에너지 수입 증가율은 원유 +130.4%, 가스 +278.7%, 석탄 +193.2%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주요 교역대상국 성장률 둔화에 더해 고금리·고물가 등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나갔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등 높은수준의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이어지면서 적자 지속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