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도 없고 막차도 끊겨…'음주 따릉이'의 질주

파이낸셜뉴스       2022.06.19 17:55   수정 : 2022.06.19 17:55기사원문
거리두기 풀리고 회식 모임 늘자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41% 증가
음주단속땐 내려서 보행자 둔갑
사고위험 높은데도 경각심 부족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자전거 음주운전이 급증하고 있다. 심야에 택시잡기가 어려워지면서 취객들이 공공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을 이어가고 있지만 '음주 자전거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가 이뤄진 지난 4월 18일 전후 4주간 비교한 결과, 3월 20일부터 4월 17일까지 51건에서 4월 18일부터 5월 16일까지 72건으로 41.2% 증가했다.

급증한 자전거 음주운전은 '심야 택시대란'의 영향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저녁자리가 급증한 반면 심야 택시 공급은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심야에 택시잡기가 어려워지자 시민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귀갓길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는 자전거를 '차'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약하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자전거 음주단속이 첫 시행됐으며 적발 시 범칙금 3만원을 내야 한다.

심야 자전거 음주운전이 늘어나자 경찰과 서울시 모두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교통과 소속 경찰 관계자는 "혈중알코올농도와 관계없이 음주 자전거에는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보니 '돈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자전거와 차와 동일하다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단속해도 '왜 다른 사람은 단속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쏟아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음주 단속을 눈치채고 소위 '끌바'(끌고 가는 바이크)를 할 경우 보행자로 간주하게 되는데, 경찰로선 단속할 명분이 없어 빈틈이 생기기도 한다"며 "한정된 단속 인력 내에선 효율성을 위해 자전거보다 속도가 빠른 개인형이동수단(PM), 오토바이 단속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음주 따릉이가 적발되면 1년간 이용자격을 정지시킨다. 하지만 경찰과 정보공유가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제재는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 측에 '음주 따릉이'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상태지만 제재에 필요한 세부 정보 제공이 가능한 지 여부는 확인이 안 됐다"며 "설령 정보를 제공받는다고 해도 지자체의 한정된 인력으로 음주 전력 이용자를 하나하나 추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주 자전거 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와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자전거 음주운전을 해도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민들이 대다수다. 음주 자전거 범칙금 규정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면서 "범칙금 수준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시민 인식 개선과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근영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수는 "술 마신 사람이 자전거를 타면 작동이 되지 않는 '음주 시동잠금장치'를 공공 차원에서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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