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납치됐어요" 발 동동 구르던 노인, 경찰이 건넨 쪽지로 범인 잡았다

[파이낸셜뉴스] '아들을 빚 때문에 납치했다'고 80대 노인을 속여 현금 3000만원을 가로채려한 보이스피싱범이 현장에서 붙잡혔다.

지난 16일 서울경찰 페이스북에는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잡힌 보이스피싱범'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앞집 아들이 납치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는 한 노인이 흥분한 상태로 통화 중이었다. 노인은 경찰에게 "아들이 빚보증을 잘못 서서 사채업자에게 잡혀 있으니 당신이 대신 3000만원을 갚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아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신변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노인에게 걸려온 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판단하고 범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우선 보이스피싱범과 통화중이던 노인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며 그를 안심시키고 범인과의 통화를 계속 이어가도록 유도했다. 해당 쪽지에는 "아드님 이상 없다. 보이스피싱이니까 안심하셔도 된다. 전화 통화 자연스럽게 이어가 달라"라고 적혀있었다. 이후 경찰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개인차량을 이용해 현장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한 시간 뒤쯤 범인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노인은 작전대로 "돈 받으러 온 사람이 맞냐"고 물었고 범인이 맞다고 하자 돈 봉투를 건넸다. 그 순간 잠복 중이던 경찰이 달려가 범인을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범은 현재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경찰은 "위협적인 말로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상대방을 자극해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의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불법 대부업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14만3907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보이스피싱의 경우 지난해 6만453건의 피해 신고·상담이 접수됐다.

[e-mail]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