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국제영화제 1년만에 폐지…'양치기 소년' 된 울산시
파이낸셜뉴스
2022.07.10 17:43
수정 : 2022.07.10 23:51기사원문
청년 육성 내걸고 예산은 빈약
프로그래머 공모 지원자도 '0명'
'울주산악영화제'와 통폐합 시도
영화계 "시간 주지 않아…실망"
■프로그래머 공모 무산…위기 자초
10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예정된 제2회 울산국제영화제의 전체 예산 20억 중 10억5000만 원이 반납을 앞두고 있다.
이는 민선8기 울산시장 인수위원회가 울산국제영화제 폐지를 김두겸 신임 울산시장에게 제안했고 그대로 시정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앞서 인수위는 '울산국제영화제'와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자리매김하지 못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영화제를 통합해 국내 최고 수준의 산악영화제로 집중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폐지안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계에서도 어느 정도 예견한 부분이다. 위기도 자초했다. 지난 민선 7기 송철호 울산시장이 공약으로 추진했지만 정체성 문제를 겪으며 임기 3년이 지나서 겨우 공식 개막했다.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에는 배우 송강호 등 유명 영화배우들이 방문해 축하하고 김지운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면서 국내 영화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청년·독립 영화 위주의 성격과 빈약한 영화제 예산이 알려지자 지난 5월 영화제 프로그래머 공모는 신청자가 한 명도 없어 무산됐다. 결국 영화제 폐지로 올해 초 모집한 스태프 7명은 남은 계약기간 동안 다른 업무에 배치되고, 제작비가 지원되는 청년들의 작품은 상영 기회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영화인들 허탈…울산 신뢰도 하락
지역에서는 영화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단 1회 개최한 영화제를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섣부르고, 외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관광상품이 아닌 많은 울산시민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지역 대중문화로서의 기능과 역할로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두겸 울산시장도 그 대안으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의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통합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4년 전에도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두 영화제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울주군의 반발에 성사되지 못했다.
울주군으로서는 그동안 자체 예산을 들여 10년 넘게 성장시켜 온 영화제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군수 입장에서 향후 울주군수 선거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큰 사안이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 당선된 민선 8기 이순걸 신임 울주군수는 취임에 맞춰 현재의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울산시와 공동 운영해 위상을 높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화제의 명칭도 확장과 전통성을 염두에 둔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제시했다.
한편 이번 일로 불신을 초래한 울산시의 행정은 문제점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국내 영화인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과 국내 유명 배우와 감독을 앞세워 청년 영화인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지원할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하루 아침에 없었던 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광역시 행정마저 손바닥 뒤집듯 하면 누가 울산시를 신뢰하고 어느 기관과 기업이 협업에 나서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정권 지우기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합당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을 반드시 제시해야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