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놀이터 '주식 리딩방'… '법인장'으로 추적 피한다

파이낸셜뉴스       2022.07.17 18:11   수정 : 2022.07.17 18:11기사원문
통장 중 하나가 사기로 적발돼도
다른 계좌로 계속 범죄에 사용
'사기 금액 복구' 사기도 빈번
금융사기 정보 공유시스템 시급

주식·코인 리딩방 상에서 투자금으로 큰 수익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법인 대포통장 개설 확대가 리딩방 사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1·4분기(1월 3일~3월 31일) 유사투자자문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사례는 1247건이다.

전년 동기(1508건)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2020년(641건) 대비로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한 주식·코인 리딩방 사기 확산으로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사기 일당은 "원금의 3배를 벌게 해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20여명으로부터 최소 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에 사용된 계좌 소재지에 따라 각 사건은 서울 강동경찰서와 관악경찰서로 이관돼 수사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법인 대포통장 개설이 신종 금융 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법 규정 폐지로 법인 대포통장을 만드는 것이 손쉬워지면서 이를 악용한 리딩방 사기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벌인 전기통신금융사기 4대 범행수단 특별단속 결과 적발된 대포통장 2809건 중 법인 대포통장은 719건(24.7%)에 달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원금 3배 리딩방 사기' 사건 역시 법인 대포통장과의 연관이 높다. 관악경찰서는 이달 초 해당 사기 사건에 사용된 법인 계좌 명의자 A씨를 소환조사 했다. 해당 법인 사내이사로 등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계좌만 제공한 것일 뿐 사기 행각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사기에서 법인 대포통장 사용이 늘어난 이유는 금융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법인 통장은 동일한 대표자 명의로 여러 법인을 설립할 경우 각기 다른 사업자 등록 번호를 부여받는다. 때문에 통장 중 하나가 사기로 적발돼 막히더라도 또 다른 계좌는 여전히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사기 관련 시민단체 레버리지박멸단의 최정미 단장은 "상법 규정이 폐지되면서 법인 설립이 쉬워진 탓에 금융 사기에 개인 통장 대신 법인 통장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법인 통장이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 쉽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같은 대표자 앞으로 설립된 여러 법인의 통장이 금융 사기에 악용됐을 경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계좌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코인 리딩방 사기 피해자들에 대해 피해 구제를 돕겠다며 접근하는 사설 업체로 인한 2차 피해 역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코인 리딩방 사기로 지난달 1억2000여만원 피해를 입은 B씨는 이달 초 자신을 '금융 사기 피해 복구 전문가'로 지칭한 C씨로부터 "사기 금액 복구를 돕겠다"며 코인 관련 사이트 가입과 전화번호 및 계좌번호 제공을 요구받았다. C씨는 "사이트에 가입하면 피해 금액만큼의 포인트를 지급한 뒤 추후 현금화를 돕겠다"고 부추겼다.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는 "리딩방 사기로 손실금이 발생했을 때 사설 업체를 통해 투자금을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제로'"라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을 자본시장법 테두리 안으로 넣는 등 조치를 취해야 리딩방에서 일어나는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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