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만 힘드냐, 중·장년층도 힘들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 세대 갈등 번진다

파이낸셜뉴스       2022.07.31 16:01   수정 : 2022.07.31 16:01기사원문
정부 ‘청년 특례 프로그램’ 중장년 비난 터져나와
가상자산 투자한 20·30세대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 봇물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때 가상자산 투자 손실도 제외
금리상승기에 중장년층 채무고통도 고려해야



[파이낸셜뉴스] “코인 투기한 2030 빚을 왜 우리 돈으로 구제해 줘야 하죠." "빚 안 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낼 줄 몰라서 안 냈을까요.” “청년보다 중년이 더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정부의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중장년층의 눈총이 따갑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 부문 민생 안정 계획’을 통해 빚을 갚기 어려운 20·30세대를 구제해 준다고 발표한 후 40·50세대가 대부분인 자영업 커뮤니티는 부글거리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는 정책 발표 이후 약 2주 동안 40여 개의 게시물과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과 박탈감이 주를 이룬다.

■ 40·50세대 “코인 빚투한 2030 왜 구제하나”

7월 3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30의 '빚투'를 봐주기로 하면서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손실이 포함된 20·30세대의 부채를 국가가 나서서 이를 변제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이 이달 초에 코인·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을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때 반영하지 않기로 한 상태여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수입이 예상되는 채무자가 3~5년간 빚을 꾸준히 갚아 나가면 나머지 채무는 감면해주는 제도다. 법원은 그동안 주식·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입은 손실금까지 처분가능한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보험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50대 박 모 씨는 “청년층의 빚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소득이 없고 경제적으로 힘든 고령층도 많다”면서 “투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것이 당연한데 빚투에 실패한 20·30세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모두가 힘든 금리 상승기에 도입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50대 정 모 씨는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간접적으로 빚투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소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대상인 청년층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나오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신용 회복을 돕는다면서 20~34세로 대상을 한정한다면 35세부터는 같은 30대인데도 적용 안 되는 등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발 물러서 청년 지원 정책은 일부일 뿐이고, 특히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래를 위해 청년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영업자 비중 높은 중장년층의 채무 고통

문제는 중장년층의 채무 고통이 청년층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20~30대는 6.8%인 반면, 50대 이상은 약 33%, 60대 이상은 44%로 나타났다. 빚에 짓눌린 부담은 40·50세대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특히 40·50세대는 다른 연령 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 된 만큼 한국은행 역시 연말 3%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차주의 이자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은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모두가 예민한 금리상승기인만큼 40~50대가 소외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금융 정책을 민생 전체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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