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박석민·김재호 ‘회춘 방망이’ 휘두를 날 올까
파이낸셜뉴스
2022.08.10 18:14
수정 : 2022.08.10 18:14기사원문
통산 268개 홈런 때린 박석민
2018년 16번 담장 넘긴 김재호
이번 시즌에선 홈런 기록 ‘전무’
한화 수베로 감독은 분석 자료를 검토했다. 박경수의 올 시즌 홈런 수는 0으로 적혀 있었다. 마운드에는 외국인 투수 페냐. 여러 모로 한화 측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이 미처 몰랐던 숨겨진 기록이 있었다.
박경수는 7월 7일 KIA와의 광주 경기서 한 차례 홈런을 때려냈다. 아쉽게도 이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취소됐다. 덩달아 박경수의 홈런도 빗물에 쓸려내려 갔다.
36살의 박병호(KT)는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다. 9일 현재 32개로 2위 김현수(34·LG)와는 12개 차다. 뿐만 아니라 홈런 20위 권 이내 22명(공동 19위 4명 포함) 가운데 20대 타자는 이정후(5위·16개·24·키움) 등 4명뿐이다. 그밖에는 모두 30대다.
그러나 30대 후반 타자라고 모두 박병호처럼 회춘 방망이를 휘두르는 건 아니다. 지난 7월 22일 LG와 NC의 창원 경기. NC가 5-4로 역전한 8회 말 공격이었다. 1사 1, 3루여서 한 점만 더 추가하면 NC는 안정된 9회 초를 맞이할 수 있었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좌타자 오영수가 들어섰다.
LG 벤치는 사이드암 정우영을 내리고 좌완 진해수를 올렸다. 그러자 NC는 우타자 박석민(37·NC)을 대타로 기용해 맞불을 놓았다. 박석민은 통산 268개의 홈런을 때린 강타자. 타점도 천 개(1033개)를 넘겼다.
진해수의 폭투로 주자는 2, 3루. 단타 하나면 2점을 얻을 수 있었다. 최소한 외야 플라이 한방을, NC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박석민은 볼카운트 2-2에서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외야로 날아갔다. 그러나 성큼성큼 앞으로 뛰어나온 LG 우익수 문성주에게 잡혔다. 얕은 외야 플라이여서 3루 주자의 발은 그대로 묶였다.
박석민의 기록에 눈길이 갔다. 설마, 박석민은 올 시즌 단 한 개의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였는데. 삼성에서 NC로 옮긴 2016년엔 32개로 정점을 찍은 KBO리그 대표적 장거리 타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두산 김재호(37)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그래도 2018년엔 두 자리 수 홈런(16개)을 기록했다. 2020년 한국시리즈선 홈런 한 방과 타율 0.421을 남겼다. 그런데 올 시즌 72경기에 출전 199번의 타석에 들어서기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김재호는 호타준족이다. 통산 7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하지만 9일 현재 올해 도루 수 0이다. 그와 동갑내기 이용규(키움)는 홈런 0개이지만 도루 6개로 여전히 빠른 발을 과시하고 있다.
야구 타자들 사이에는 '맞았다 싶은데 넘어가지 않으면 은퇴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힘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박석민, 김재호는 그 언저리쯤에 있다. 그러나 박병호처럼 돌연 살아날지 모른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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