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기지로 보이스피싱 전달책 검거

연합뉴스       2022.08.27 10:08   수정 : 2022.08.27 10:08기사원문
보이스피싱 피해자 돈 2천300만원 회수 경찰은 즉시 출동해 2차 전달책 검거

[OK!제보] 택시기사 기지로 보이스피싱 전달책 검거

보이스피싱 피해자 돈 2천300만원 회수

경찰은 즉시 출동해 2차 전달책 검거

보이스피싱 전달책 검거한 택시기사 윤영채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택시 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잡아 거액의 사기 피해 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서울에서 40년째 택시 기사로 일하는 윤영채(68)씨는 지난 26일 오후 4시9분 중랑구 묵동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을 태웠다.

그러나 남성은 목적지를 묻는 윤씨에게 제기로(제기동)라고 말했으나 정확한 위치는 몰랐다.

윤씨는 이상해서 "뭐 하러 가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심부름 간다. 돈 전달하러 간다"는 답변을 듣고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그는 남성에게 계속해서 보이스피싱 관련 질문을 해 "오늘 처음 이런 일 하는데 심부름 값으로 7만원을 받는다. 거리가 1시간30분 이상이면 15만원을 받는다. 오전에도 400만원을 전달했다. 택시 요금 영수증을 달라. 찍어서 보내줘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듣고 남성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임을 확신했다.

윤씨는 이에 "지금 하는 일은 보이스피싱이고 큰 범죄다. 경찰에 자수해라. 초범이면 정상이 참작된다. 내가 경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술해주겠다"며 남성이 자수하도록 설득했다.

윤씨의 설득이 먹혀 제기동으로 향하던 그의 택시는 방향을 틀어 오후 4시25분 동대문경찰서에 도착했다. 남성이 택시를 탄 지 16분만이다.

경찰은 남성이 가지고 있던 2천300만원의 현금다발을 확보함과 동시에 그가 만나기로 했던 2차 전달책을 유인해 검거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총책은 해외에 본부를 두고 계좌이체를 통해 자금을 전달받고 있어 검거하지 못했다.


과거 뺑소니 운전자를 잡아 내무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는 윤씨는 "방송에서 보이스피싱에 대해 많이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남성은 나의 설득에 저항하지 않고 경찰서까지 따라왔다. 피 같은 돈 2천300만원을 날렸을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점이 뿌듯하고 기분 좋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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