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때문에" 39살 남성 배관 잡고 13시간 버텼다
파이낸셜뉴스
2022.09.07 07:10
수정 : 2022.09.07 17: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관 붙잡고 13시간...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폭우에 잠긴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됐던 주민 2명이 13시간 넘게 사투를 벌인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이날 오전 차를 이동시키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던 전 씨는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내는 119구급차 안에서 남편에게 "순식간에 물이 차 들어왔어?"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차 안 탄 게 진짜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표시했다. 전씨는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자동차 문을 열지 못했다고 전했다.
생존자 전씨는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천장에 달린 파이프를 잡고 숨 쉴 공간을 확보한 뒤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오후 늦게 배수펌프 가동 소리와 구조대 소리를 들은 전 씨는 "살려달라"고 계속 소리쳤고,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오후 8시 10분경 외부로 연결된 창문을 통해 전 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경북소방본부는 경북소방구조대, 중앙특수구조단, 119특수대응단, 해병대 수색대 합동 작업 결과 이날 오후 8시 15분께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배수 작업을 하던 중 지하주차장 오수관을 붙잡고 있는 전씨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밝혔다.
첫 생존자가 나타난지 1시간 반 가량이 지난 오후 9시 41분경 다시 주민 김모 씨(52·여)가 구조됐다. 밖으로 나온 김 씨는 "너무 추워, 너무 추워"라고 말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고 두 팔로는 몸을 꼭 감싸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대가 지하주차장에 있는 물을 일정 수준 퍼낸 후 구명보트를 타고 들어갔는데, 김 씨가 주차장 모서리 부분 배관 위에 엎드린 채 있었다"고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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