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또는 악습?…'올해 10명 사망' 스페인 황소몰이 축제 논란

뉴스1       2022.09.09 13:10   수정 : 2022.09.09 13:10기사원문

스페인 팜플로나시에서 11일(현지시간) 산 페르민 축제에서 '황소 몰이' 행사 참석자들이 질주하고 있다. 2022.07.1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스페인 팜플로나시에서 12일(현지시간) 열린 산 페르민 축제에서 한 참석자가 '황소 몰이' 행사에 참석 중 넘어진 모습. 2022.07.12/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스페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넘게 열리지 못했던 '황소 몰이' 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올 여름 재개한 황소몰이 축제로 10명이 사망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여름 열린 황소몰이 축제로 스페인 발렌시아 동부에서는 7명이 사망했으며, 마드리드를 비롯해 카스티야 리온, 나바라 북부 지역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5년 이후 황소몰이 축제로 사망한 사람은 총 3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소몰이 행사는 스페인 전역에서 열리는 여름 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황소몰이 행사는 비좁은 골목에 풀어놓은 황소를 피해 달아나는 행사다. 발렌시아와 인근 카탈루냐 남부에서는 이러한 소몰이 행사가 매우 인기 있는 축제로 여겨진다.

특히 스페인 북부 도시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산 페르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소몰이 축제로 꼽힌다. 산 페르민 축제는 매년 7월 도시의 수호성인 '성(聖) 페르민'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투우장으로 향하는 황소들과 함께 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행사(엔시에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축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소설 '해는 다시 떠오른다'에서 자세히 묘사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황소몰이 축제의 기원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마드리드 북쪽에 위치한 인구 1만 명의 도시 쿠엘라는 지난 13세기부터 소몰이 축제를 해왔다. 정확한 기원을 떠나서 확실한 것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황소몰이 축제는 '전통'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런 전통 축제는 동물 애호 단체들은 소몰이 축제와 더불어 스페인의 투우와 같은 전통에 대해 꾸준히 비판을 이어왔다. 지난 2019년 동물 애호단체 회원들은 산 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스페인 팜플로나시 광장에서 잔혹한 투우 경기를 폐지하는 퍼포먼스 시위를 벌였다.

황소몰이 축제에 대한 논란은 스페인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주제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지방선거에서 스페인의 사회노동당과 급진좌파 동맹인 포데모스가 우익 성향인 국민당(PP)을 이겨 발렌시아 자치주 의회를 차지하면서도 황소몰이 축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통상 포데모스 연합과 같은 좌파 진영은 황소와 관련한 모든 오락 행위를 단호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보인다.

발렌시아 자치주 의회 17석을 확보한 진보 성향 스페인 콤프로미스당 소속 아나타 마스는 황소몰이 축제에 대해 "논의나 입법 등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며 민감한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어느 시점에서 (황소몰이 문제는) 우리가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인명 피해와 함께 동물권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 축제에 대한 지지가 강한 스페인 주(州)에서도 황소몰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발렌시아주의 수에카와 타베르네스 드 라 발디그나는 올해 소몰이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동물 복지 협회는 황소몰이를 "문화와 전통을 가장한 고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소몰이 행사에서 소들이 구타당하거나, 발로 차이는 것은 물론이며, 굴욕을 당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사 참가자 중 술 또는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소몰이 행사에 참여해 끔찍한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소몰이 축제 기간 동안 범죄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6년 팜플로나 산 페르민 축제에서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2018년 재판에서 피해 여성이 물리적 폭력을 입증하지 못해 가해자들이 성적 학대 혐의로만 처벌되는 이른바 '울프팩'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투우 단체 등은 여전히 황소몰이 축제가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이라며 이를 폐지하기 위해선 지역 사회의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렌시아주 투우 클럽 연맹은 소몰이가 스페인의 가장 전통적인 행사이며, 시의회라 하더라도 소몰이 축제 폐지를 위해 주민투표를 폐지하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익 성향 스페인 국민당은 이러한 전통 행사를 계속해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발렌시아주 스페인 국민당 지도자인 마르다 바라치나는 소몰이 축제를 폐지하려는 세력이 "우리가 누구인지와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표현하는 방식 자체를 (그들이)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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