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사라진 당직 경찰 11명, 전화 걸자…"은총 가득한 ○○ 성당"

뉴스1       2022.10.17 09:57   수정 : 2022.10.17 09:57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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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전남의 한 지역 경찰서 경찰관들이 새벽에 사라졌다. 알고 보니 이들은 출입문을 열어둔 채 당직 근무를 제대로 서지 않고 잠을 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MBC 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전남 무안경찰서 실태를 보도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이 갈무리돼 16일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뭇매가 이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11일 오전 5시30분 무안경찰서 정문에는 차량 차단기만 내려져 있을 뿐 근무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문 초소에 있는 인터폰을 들자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후…"라는 안내만 나오고 있었다.

이에 경찰서 정문에 안내돼있는 대로 경찰서 보안을 맡은 경무과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께서 기뻐하시는 ○○ 성당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무안의 한 성당으로 연결됐다.

경찰서 안 별관 2층 형사팀을 찾아가자 불이 꺼져있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경찰서 본관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가운데 출입문은 잠겨 있지만 건물 옆 출인문은 열려 있어 아무나 오갈 수 있었다. 특히 112상황실에 연결된 통신기계실도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마음만 먹으면 통신도 무력화할 수 있었다.

당시 경찰서 당직 인원은 모두 11명이었지만, 경찰서 정문에서부터 112상황실까지 단 한 명의 경찰관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당직 근무자들은 새벽에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무안경찰서 관계자는 "근무하고 있다는 게 잠을 자고 있다는 게 아니고, 근무 시 취침을 하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사 내부 리모델링 공사로 보안이 다소 허술했다며 앞으로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인 12일 오전 11시, 다시 경무과로 전화해보자 여전히 성당으로 연결되는 등 시정되지 않고 그대로였다.

상위 기관인 전남경찰청에 관련 사실을 묻자, "(옛날 번호를) 방치하고 있는 거다. 전화번호 안 쓰는 데 그걸 (그대로) 놔둬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언제부터 잘못된 번호를 써왔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었던 것.

무안경찰서는 MBC의 추가 취재가 시작되자 잘못 표기된 경찰서 당직실과 경무과 전화번호를 이날 오후 수정했다.


전남경찰청은 전남 21개 경찰서 야간 당직 근무 실태조사와 함께 경찰서장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무안경찰서 야간 당직 경찰관들의 근무 실태를 조사해 결과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리꾼들은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경찰이 언제부터 저렇게 사명감 없는 업이 됐냐", "사람 죽어가서 도움 청할 경찰서가 저 모양이라니", "근무 상태가 저 정도면 부정부패도 만연해있을 것", "받아간 당직수당 몰수해야 한다" 등 공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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