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쵸코우유도 내 첫 직장도 사라진다" 푸르밀 직원 글 울컥
뉴스1
2022.10.18 11:13
수정 : 2022.10.18 16:04기사원문
푸르밀 직원 A씨는 이날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메일 등으로 해당 회사에 다니는 것을 인증해야만 가입 가능하다.
A씨는 "푸르밀은 나의 첫 직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릴 때 마시던 검은콩 우유, 엄마가 마트 다녀오실 때마다 사오셨던 비피더스, 기분이 울적한 날마다 자신을 위로해줬던 가나초코우유"라며 푸르밀 제품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가 만드는 걸까 늘 궁금했었다"며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닌 관리자로 나의 추억과 애정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렜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고. A씨는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잘 나가던 제품도 몇 년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도 점차 낮아졌다. 이리저리 치이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당찬 포부를 갖고 들어온 이곳이 문을 닫아 참 많이 아쉽고 슬프다"고 하소연했다.
또 A씨는 "이 회사가 잘난 게 뭐 있다고 아쉬워하냐, 다른 회사 가면 되는 것을 뭐 이렇게 슬퍼하냐 싶지만 내 첫 직장이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제품의 주인이 됐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른 가치보다도 내게 큰 의미였나 보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푸르밀의 사업 정리 소식을 접한 뒤 아쉬움을 표하며 제품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관리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들으며, 때로는 달콤한 칭찬을 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대들' 덕분"이라고 고개 숙였다.
동시에 "가장 아쉽고 속상한 건 우리 직원들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억이었다'고 말해주는 소비자님들,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줘서 참 고맙다"고 인사했다.
끝으로 A씨는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며 "저도 우리 제품을 구매했던 수많은 소비자의 손길, 가슴 한쪽에 오래 남기겠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21만명이 보고, 1270여 개의 '좋아요'를 얻는 등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다. 아울러 A씨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346개의 댓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일방적인 해고 통지라니 너무 하다", "마지막 물량은 꼭 사먹겠다", "어디서든 잘 되실 분 같다", "자부심, 책임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이렇게 빛나는구나" 등 A씨를 토닥였다.
이후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이렇게 많은 위로를 받을 줄 몰랐는데 공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면서 "우리 제품을 이제는 못 즐기게 돼 아쉽다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생산 중인 물량까지는 판매 예정이니 발걸음 해서 마지막을 함께 추억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푸르밀 측은 전 직원에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회사가 통보한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일은 11월30일로, 당초 50일 전까지 해고 통보해야 하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블라인드에도 푸르밀이 보낸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공고' 통지문이 올라왔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남 일 같지 않다", "그 많은 직원은 어떡하냐", "무슨 게임 서버 종료도 아니고 말이 되냐", "다음은 우린가"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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