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대로"…23년 변하지 않은 고기국수의 맛
뉴스1
2022.10.20 17:15
수정 : 2022.10.20 17:15기사원문
제주향토음식의 맥을 이어가는 제주도 지정 '제주향토음식점' 12곳을 소개한다.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서민음식 '국수'. 제주에는 '제주'만의 색이 담긴 국수가 있다. 집집마다 특색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돼지고기와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에 면을 삶아 넣고 돼지고기를 고명으로 얹는 고기국수다.
고기국수는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알려졌지만, 역사는 길지 않다.
제주의 전통혼례는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여 손님을 대접했다. 상에는 수육과 두부, 순대 등을 접시에 담아 내놓는 '고기반'과 몸국을 올렸다. 몸국은 돼지고기 육수에 해조류인 모자반을 넣어 끓인 국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육지를 오가는 사람들이 육지에서 국수를 먹는 것을 보고, 제주에 건면이 보급되자 돼지고기 육수를 말아 먹으면서 고기국수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고기국수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고기국수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은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됐다. 제주 어느 곳에서도 쉽게 고기국수를 파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지만 2009년 지정된 제주시 삼성혈 인근 '국수문화거리'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23년된 국수마당 본점(대표 이순실)는 제1호 지정업소다.
이 식당은 가격이 비싼 제주산 돼지고기만을 고집한다. 재료값이 부담스럽기도 하건만 '단골손님'들에게 처음 식당을 했을 때와 같은 맛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에서다. 또 다른 특징은 고기국수의 고명으로 '당근'이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순실 대표의 고향이 '당근'으로 유명한 제주시 구좌읍인데, 그 지역에서 고기국수를 해 먹던 방식 그대로를 옮겨 왔다.
이 집 고기국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따로 있다. 처음 주문한 그대로의 고기국수를 먹다가 김가루를 얹어 먹으면 좀 더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기국수에 김가루를 얹어 먹는 방법은 처음 제안한 곳도 이 곳이란다.
고기국수가 조금 느끼해진다 싶을땐 특효약이 있다. 이순실 대표의 본가에서 내려오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그 비법으로 만든 양장을 넣으면 색다른 맛이 나온다. 매콤한 양념장이 국물 전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깊은 맛을 더한다.
단골들이 많은 만큼 인심도 후하다. 고기국수가 조금 부족한가 싶으면 면을 더달라고 하면 끝이다. 최소 1인분의 면과 국물이 나온다. 이 집에 '곱빼기' 메뉴가 없는 이유다.
고기국수 외에도 멸치 국물에 고기를 고명으로 얹은 '멸고국수', 비빔국수 등 국수종류는 물론이고 푹삶은 돼지고기를 돔베(도마)에 올려놓은 돔베고기, 아강발 등의 다양한 메뉴가 있다.
국수마당이 본점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2013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 수익의 일부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어서다.
이순실 대표는 "우리 가게는 단골손님들이 키워준 가게다"며 "그분들에게 처음이 맛 그대로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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