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어쩌나' 현대차 깊어지는 고심…두 달 연속 '0대'
뉴스1
2022.10.30 06:20
수정 : 2022.10.30 06:20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3분기(7~9월)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리며 역대급 매출을 냈지만 러시아 시장에 대한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현대차의 러시아법인 판매량은 지난 두 달(8~9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르노와 도요타,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탈(脫) 러시아'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현대차의 경우 현지 점유율(지난해 2위)이 높고 투자한 비용도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30일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에 따르면 현지 판매량은 지난 8, 9월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지난 1월 1만7649대, 2월 1만7402대에서 전쟁 직후 3월 3708대로 급감한 뒤 4월 2242대, 5월 1757대, 6월 862대, 7월 14대로 점차 줄어 급기야 최근 두 달은 '제로'가 됐다. 올해(1~9월) 누적 판매량도 4만3634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 넘게 줄었다.
러시아-우크라아니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와 렉서스, BMW, 닛산, 메르세데스-벤츠, WAG(폭스바겐·포르쉐·아우디·스코다),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러시아 사업을 접었다. 지난 5월에는 르노가 모스크바 자동차 공장 르노 로시야 지분 100%를 모스크바시에 이전하고 러시아 사업 부문 전체를 2루블(약40원)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탈 러시아' 흐름이 가속화될 수록 현대차의 고심은 깊어진다. 현대차 입장에선 러시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미국과 인도, 체코 등과 함께 주요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생산 차종은 솔라리스, 크레타, 기아 리오 등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23만~25만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37만8000여대를 판매, '르노-닛산'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 향후 재진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러시아 생산을 늘리기 위해 옛 GM공장을 인수, 리모델링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도 나선 바 있다. 현지에서 철수할 경우 매몰비용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조만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현대차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기아는 IR을 통해 "내년 악화요인 중 하나는 러시아 시장의 변동성 확대·심화로 한동안 (현지 자동차 시장 자체가) 셧다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현지에 자동차 공급을 못하고 서비스만 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르노와 도요타 등 상당수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현대차는 '버티기' 중"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생산거점 등을)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렵고, 전쟁이 종료된 이후 재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생산과 판매가 중단됨에 따라 유지관리비용에 부담이 가중되겠지만, 향후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각종 비용을 최소화해 버티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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