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아주, 노예제도 옹호자 칼훈 이름 170년만에 사반나시에서 제거

뉴시스       2022.11.11 08:01   수정 : 2022.11.11 08:01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존 C. 칼훈( 1782년 ~ 1850년) 부통령 광장이름 삭제

시의회에서 10일 만장일치로 가결

남북전쟁 이전부터 남부 노예주들 이익을 대변

[사반나( 미 조지아주)= AP/뉴시스]사반나 시 광장의 벽돌 보도 위에 붙어 있는 노예제도 옹호자 칼훈의 명판. 시의회는 10일(현지시간) 이 이름을 제거하고 1년 내에 새 이름을 광장에 붙이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사반나( 미 조지아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장 유서깊은 도시 사반나 시의회가 10일(현지시간) 노예제도의 옹호자이며 미국의 7번째 부통령 (10·11대 1825~1832년 )을 지낸 존 C. 칼훈의 이름을 중앙 광장에서 170년만에 제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 곳 시내의 칼훈광장은 1851년에 이웃 사우스 캐롤라이나출신이며 1850년 사망할 때까지 40년동안 워싱턴의 주요 정치인이었던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칼훈은 존 퀸시 애담스와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에 걸쳐서 부통령을 맡았다.

남북 전쟁이 일어나기 전 수십 년 동안 노예제도를 옹호하고 대변했던 칼훈은 최근 사반나 시 뿐이 아니라 남부와 동부 지역 여러 주에서 공공장소에 놓인 그의 동상을 철거하는 등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타깃이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도 다른 남부 연맹 기념물들과 함께 철거의 수난을 겪어왔다.

사반나 시의회도 10일 오후에 열린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그의 이름을 광장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은 시 당국에서 앞으로 1년에 걸쳐서 새 이름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밴 존슨 시장은 "칼훈 부통령은 미국 정치가들 가운데 유명한 역사인물이며 전설적인 존재이긴 하나 그의 인종차별적 견해는 2022년 사반나시의 여론과는 상반된다. 이에 따라 칼훈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반나시의 인구 54%를 차지하는 흑인 가운데 한 명인 존슨 시장은 칼훈 광장이 1733년에서 1851년 사이에 사반나시 중심가에 설치된 광장 등 공공장소 이름으로 남아있는 20여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 곳의 관광 명소인 1890년대의 미국 감독파 교회, 1855년의 매시 보통학교 교사 건물과 북쪽 구역의 클레리스 카페 등 옛 건물들이 둘러 선 칼훈 광장은 앞으로 다른 적절한 이름을 찾을 때까지 칼훈의 명판이 제거된 채 남아있게 된다.

이웃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도 2020년 클렘슨 대학교가 칼훈 이름의 단과대학명을 폐지하고 찰스턴 시가 시내 광장 이름에서 칼훈을 삭제 하는 등 비슷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칼훈은 노예주들과 남부 주의 노예제도를 격렬하게 옹호하는 " 철의 인간"이란 별명으로 유명했으며 1830년대까지도 미 상원에서 연설하면서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북부의 해방된 흑인들 보다 훨씬 더 잘 산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하지만 노예제도 옹호자 뿐 아니라 정치가로도 유명한 칼훈의 이름을 굳이 제거해야 되느냐는 이유로 칼훈의 이름을 광장이나 거리, 학교 명에서 제거하는 데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동상을 세우거나 광장에 이름을 붙일 때에는 정치가로서의 공적을 기린 것이지 노예제도 옹호를 이유로 세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에 노예들의 후손인 사반나 시민 패트 건은 "이제 비가 내리는 것처럼 청소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칼훈 이름을 제거하는 것 만으로도 역사적 치유의 과정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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