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크로니클" 이욱정 피디 "PCR 검사하며 지구 세바퀴...'재미'가 우선"
파이낸셜뉴스
2022.11.15 13:38
수정 : 2022.11.15 13: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PCR검사로 코가 헐 정도였죠. 나중엔 나라별 코로나검사 숙련도를 알게 될 정도였죠.”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푸드 크로니클’의 프리젠터이자 연출자 이욱정 피디(PD)의 말이다.
'푸드 크로니클'은 지구 세 바퀴를 돌아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발로 뛰고 취재하며 만든 작품이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만두부터 쌈, 타코, 피자, 팬케이크, 샌드위치, 스시, 케이크까지 8가지 음식을 △곡물 반죽에 고기와 채소를 싼 ‘랩(Wrap)’, △둥글고 납작한 원형의 음식 ‘플랫(Flat)’, △여러 가지 맛을 켜켜이 올려 하나의 형태로 쌓은 ‘레이어(Layer)’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해 맛의 연대기를 찾아간다.
‘랩’ 형태의 만두, 쌈, 타코에 이어 동글납작한 ‘플랫’ 형태의 ‘피자’ 편인 4화가 지난 10일 공개됐고 오는 17일에는 팬케이크 편이 공개된다.
10개국서 1년여간 촬영한 이 피디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 시국에 해외를 오가며 촬영하는게 아주 힘들었다”며 “제작진 중 누구 한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촬영이 스톱되는 상황이었는데, 운좋게도 한명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 와서 다 한번 씩 걸렸다”며 웃었다.
음식을 주제로 색다른 접근법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는 음식의 형태에 먼저 주목한 뒤 ‘세상을 움직이는 8가지 음식’을 선정했다.
“1초에 350조각을 소비하는 피자 등 8가지 음식은 한 지역의 주방에서 생겨나 인류가 다 먹게 된 음식들”이라며 “음식의 형태를 독특한 시각을 통해 보되, 인류가 갖고 있는 다양한 정신세계나 의미체계 그리고 상징성에 대하여 인류학적인 성찰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시한 것은 재미다. 그는 “무조건 재미있고, 시각적으로 끌리고, 와중에 서브텍스트가 알게 모르게 전달되는 방식을 추구했다. 한마디로 당의정 같은 프로그램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예능과 드라마가 판을 치는 시대에, 어떻게 하면 대중의 선택을 받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까? 그것이 숙제였다. 그는 "변화하는 시청자들 취향을 따라잡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푸드 크로니클'은 현재 티빙의 드라마와 예능 사이에서 톱5에 들 정도로 인기다.
‘푸드 크로니클’은 회치당 약 8개 국가의 요리 관련 이야기가 들어있다. 멕시코 전통 시장부터 미슐랭 3스타의 레스토랑을 오가고, 선원의 즉석 요리부터 스타 셰프의 주방장 그리고 광활한 자연환경과 음식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까지 아우른다.
이 때문에 어떨 때는 음식 다큐 같다가 때로는 여행 다큐 같고 동시에 휴먼 다큐와 같다. 그는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변화무쌍하다"며 "보고 있으면 전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요리하는 장면은 마치 액션영화의 액션신을 찍는 심정으로 공을 들였다.”
1편을 보면 쌈의 형태인 만두를 주제로 아시아의 만두와 서양의 파스타를 오간다. 대만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만 판다는 신선한 굴을 넣은 만두는 생소한 레시피라서 어떤 맛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2편의 쌈편에서는 한국인 입양아가 미국의 땅에서 깻잎을 비롯한 한국의 쌈채소를 기르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3편의 타코는 타코의 나라, 멕시코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타코’로 오감을 자극한다. 멕시코의 전통 풍습과 문화는 물론이고, 토르티야의 주원료인 옥수수를 중요한 식재료 그 이상으로 숭배했던 마야문명까지 아우른다.
■ "꼼꼼한 리서치, 효율적으로 움직였죠"
지상파 방송용 다큐멘터리(55분)에 비해 편당 러닝타임이 70분 가량으로 훨씬 길지만, 촬영 기간은 오히려 더 짧았다.
이 피디는 “촬영에 앞서 리서치를 꼼꼼히 한 덕분에 지상파 시절에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보다 절반의 기간이 소요됐다"며 "사전답사를 다 갔고, 제가 못가면 현지 코디네이터가 가서 마을과 인물을 다 찍어서 제작비도 아끼고 촬영도 효율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묻자 그는 “타코는 다 맛있었다. 나폴리의 ‘피프피칼로’ 피자도 정말 맛있었다”고 돌이켰다.
“세계적으로 나를 사로잡은 음식점은 무얼까? 우선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식당이었다. 쌈편에 나온 8년째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베누의 코리 리 셰프는 마치 양손잡이 투수처럼 동서양을 자유자재로 오갔다. 결국 어느 나라 음식인지보다는, 그 사람의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훌륭한 요리란 무엇일까? 단순한 것이 점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사로잡은 음식의 특징은 담백함, 단순함이더라. 캡슐형 음식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만두, 쌈, 타코 등이 모두 올인원, 즉 캡슐형 음식이다. 다양한 맛을 한꺼번에 맛보게 해주며, 손을 사용해 먹기에 번거로움이 없다. 스시도 캡슐형 음식이라도 본다.”
“인간은 손으로 먹었을 때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고, 효율적이다. 아직도 손으로 음식을 먹는 나라가 있는데 왜 그럴까? 그 자체가, 사람에게 다른 쾌감을 준다. 타코를 포크나 나이프로 먹으면? 촉감이라는 쾌감이 사라진다고 본다.”
자신을 대식가이자 미식가라고 밝힌 이 피디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5kg이 쪘다”고 했다. “저는 먹을 때 집중한다. 그 맛이 궁금하다. 건강관리는 평소에 수영을 통해 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건강에 아주 중요하다.”
마치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 듯, 웃는 얼굴인 그의 비결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한편 이 피디는 음식에서 라이프스타일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한다. 병원과 자동차 디자인을 주제로 한 ‘휴먼 크로니클’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음식에 대한 관심도 계속된다. 그는 “‘푸드 크로니클’ 시즌2을 한다면 밥을 주제로 해볼 생각이다. 떡볶이 3부작도 꼭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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