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품격' 황연주, 기회 적은 후배들에 "자신을 믿어라"

뉴시스       2022.11.17 08:40   수정 : 2022.11.17 08:40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출전 기회 적었던 황연주, 투입되자마자 활약

홈 19연승 대기록 수립 후에도 첫 패배 걱정

후보 선수들에게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

[서울=뉴시스]현대건설 황연주. 2022.11.17.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대로 기자 =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맏언니 황연주(36)가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황연주는 외국인 선수 부상 이탈 상황에서 전격 투입된 후에도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1986년생으로 팀 내 최고참인 황연주는 올 시즌 들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중 최고 기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야스민과 같은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인 탓에 출전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치러진 지난 11일 KGC인삼공사전 직전까지 황연주는 단 한 세트에 출전해 1득점만 올린 상태였다. 그래도 황연주는 2005년부터 18개 시즌 동안 해왔던 대로 묵묵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때 야스민이 어깨를 다쳤다. 인삼공사전 원정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야스민이 어깨에 통증을 호소했다. 몇 차례 공격을 해본 야스민은 결국 뛰기 어렵다며 눈물을 쏟았다. 주축인 야스민이 경기 직전에 빠지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자칫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인삼공사에 첫 세트를 내줬다.

1세트를 내준 황연주는 2세트 초반부터 오픈 공격과 후위 공격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점수를 쌓았고 현대건설은 2세트를 따냈다.

황연주는 이후에도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디그를 위해 몸을 던졌다. 현대건설 동료들은 황연주가 득점할 때 껴안으며 기뻐했고 강성형 감독도 두 팔을 뻗으며 환호했다.

[서울=뉴시스]현대건설 황연주. 2022.11.17.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연주는 이날 5세트까지 교체 없이 계속 뛰었다. 황연주는 블로킹 1개와 서브 에이스 1개를 포함해 17점을 올리며 기대 이상 활약을 펼쳐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야스민은 다음 경기에도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16일 열린 페퍼저축은행전 홈경기는 홈 19연승이라는 남녀부 통산 최고 기록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도 황연주는 17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코트 구석을 찌르는 노련한 공격에 연속 서브 에이스까지 가미한 황연주는 상대의 의욕을 일찌감치 꺾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한국 배구 역사상 역대 최다 경기 홈 연승을 기록한 팀으로 등극했다.

대기록 수립에 기뻐할 만 했지만 황연주는 오히려 연승이 끊긴 뒤 상황을 우려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황연주는 "솔직히 지고 싶지 않은데 지게 되더라도 다음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자칫 한 번만 져도 초상집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짚었다.

황연주는 향후 맞닥뜨릴 첫 패배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 이기다 한 번 지면 세상이 끝난 것 같은데 그런 게 다음 경기에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한다"며 "지는 것 자체보다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현대건설 황연주. 2022.11.17.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연주는 팀에서 후보라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을 향한 조언도 했다.

그는 "백업 선수들이 투입되는 상황이 많지 않다. 그래서 경기 감각이 떨어지고 훈련량이 줄어드는 데 그러면 불안해한다. 경기를 못 뛰니 긴장하고 불안해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저도 지금도 불안하긴 한데 그러면 배구할 때 행동에서 티가 난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조금 부족해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당수 후보 선수들이 서브 등 기회를 얻고도 긴장한 탓에 범실만 하고 코트에서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회가 왔을 때 자기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황연주는 후보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다.


황연주는 "삐죽거리거나 플레이가 잘 안 되니까 불안해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도록 자기 자신이 컨트롤해야 한다"며 "훈련보다는 멘탈적인 것이 중요하다.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외에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걸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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