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감동의 1·2회, 충격·아쉬움의 3·4회…한국야구 WBC 도전史
뉴스1
2023.01.22 06:02
수정 : 2023.01.22 06:02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6년 만에 개최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개막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다. 메이저리거를 포함한 각국 최고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유일한 대회로, 사실상 '야구 월드컵'과도 같은 지위를 갖는다.
WBC는 2006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이후 홀수년도에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한 뒤 2009년, 2013년, 2017년 등 4년 주기로 열렸다. 하지만 2021년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열리지 못했고 올해 6년만에 재개한다.
미국, 일본과 함께 프로야구 리그가 가장 활성화 된 한국은 그간 WBC에 꾸준히 참가했다. WBC에서의 좋은 성적이 국내 리그 인기로 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던 반면, 예상밖의 부진을 겪었을 땐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야구 인기 신호탄, 4강 신화 쓴 1회 대회(3위)
WBC 초대 대회 대표팀은 '이름값'으로만 보면 가장 화려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소속이던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구대성, 봉중근, 서재응, 최희섭이 총출동했고, 일본에서 뛰던 이승엽까지 총 8명의 '해외파'가 나섰다.
여기에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배영수, 오승환, 박진만에 이병규, 이종범, 김태균, 김동주, 정대현, 손민한, 박재홍 등 국내리그에서 활약 중이던 선수들도 빠짐없이 참가했다.
한국은 1라운드 일본전에서 1-2로 뒤지던 8회에 나온 이승엽의 역전 홈런으로 승리를 거뒀고, 2라운드에선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등 빅리거들이 총출동한 미국을 격파했다. 다시 만난 일본전에서 이종범이 8회 결승 2타점 3루타를 치고 포효하던 장면은 아직도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힌다.
비록 4강에서 또 한 번 만난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야구 열기에 제대로 불을 붙인 대회였다. 이때 대표팀 멤버 중 김태균, 이범호, 오승환, 봉중근 등 11명은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한일전만 5차례, 전국민 웃고 울린 2회 대회(준우승)
1회 WBC로 신바람을 낸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들이 대거 나선 2회 대회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추신수와 임창용 등 해외파는 둘 뿐이었지만 강한 응집력을 발휘했다.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오른 봉중근은 특유의 견제 모션을 통해 '이치로 조련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불펜에서 맹활약한 정현욱에겐 '국민노예' 타이틀이 붙었다.
이 대회에서는 특히 라이벌 일본하고만 5차례나 맞붙었다. 1라운드 첫 대결에선 2-14 콜드게임패 굴욕을 안았던 한국은 1위 결정전에선 1-0 승리로 설욕했다.
이후 2라운드에서도 1승1패를 주고 받은 한국과 일본은 준결승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한일 결승전' 빅매치가 성사됐다.
경기 막판까지 1점차로 끌려가던 한국은 9회말 2아웃에서 이범호가 극적인 동점타를 쳐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당시 동점타를 맞은 일본 투수는 이번 대회에도 나서는 다르빗슈 유였다.
비록 연장전에선 패했지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격언을 다시금 되뇌게 만든 명승부였다.
◇승승장구하던 한국, 충격의 '타이중 참사'(1라운드)
2006 WBC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2010 아시안게임까지 승승장구하던 한국은 2013년 WBC에선 큰 시련을 맞았다. 구성부터 불안했다.
당시 리그 최고의 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해외파는 일본리그에서 뛰던 이대호 뿐이었다. 추신수가 오지 않아 빅리거는 한 명도 없었다.
또 직전 시즌(2012년) KBO리그 홈런, 타점왕을 휩쓸며 MVP까지 수상했던 박병호가 김태균, 이대호에 밀려 대표팀에서 빠졌고,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앞둔 류현진, 재활 중인 김광현까지 빠지면서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1라운드 탈락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복병 네덜란드에게 0-5로 완패했다. 이후 호주와 대만을 차례로 꺾으며 대만, 네덜란드와 함께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에 밀려 탈락했다. 이른바 '타이중 참사'로 기억된 대회다.
◇네덜란드에 또, 이스라엘에게도…홈에서도 무너진 한국(1라운드)
충격의 1라운드 탈락을 맛본 한국은 4회 대회를 절치부심 준비했다. 특히 1라운드가 홈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기 때문에 설욕을 기대할 만 했다.
하지만 대표팀 전력은 불안했다. 당초 구상했던 멤버에서 6명이 부상 등으로 이탈했고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다. 해외파는 당시 빅리거였던 오승환 뿐이었고 부상 중이던 류현진을 비롯해 추신수와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등도 모두 빠졌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 이번에도 첫 경기부터 이스라엘에게 1-2로 패하며 실망스럽게 출발했고 4년 전 패했던 네덜란드에겐 또 다시 0-5로 완패했다. KBO리그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에게 꽁꽁 묶이며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홈팀이 풀리그 첫 두 경기를 모두 패하며 탈락이 확정되는 굴욕이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을 꺾어 전패 수모는 모면했지만 이 대회 또한 '고척돔 참사'의 쓰라린 기억이다.
◇설욕 다짐하는 한국, 14년만의 4강 도전
두 번의 환호, 두 번의 절망을 맛본 한국의 이번 대회 키워드는 '설욕'이다. 2009년 이후 14년만의 4강 진출로 명예를 회복한다는 각오다.
준비 과정도 매끄러운 편이다. 류현진이 또 부상으로 빠지지만 김하성(샌디에이고), 최지만(피츠버그)에 대표팀 사상 최초의 '비한국인'인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까지 합류했다.
나머지 27명은 모두 국내파지만 김광현(SSG), 구창모(NC), 고우석(LG), 이정후(키움), 최정(SSG), 양의지(두산) 등 현재 리그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합류했다. 베테랑들과 신예들이 고루 어우러진 '신구조화'가 인상적인 구성이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일본, 호주, 중국, 체코 등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5개국 중 2팀만이 2라운드에 진출하는 쉽지 않은 경쟁이지만 중국, 체코의 기량이 몇 수 아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호주전이 2라운드 진출을 좌우할 경기다. 이강철 감독 역시 호주전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숙명의 일본전'엔 언제나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를 필두로 다르빗슈(샌디에이고),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스즈키 세이야(컵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등 최정상 전력을 꾸렸다. 양 팀을 B조의 양강이라고 본다면 한일전은 사실상 조 1위 결정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라운드를 통과한 뒤 2라운드까지 넘으면 목표로 삼은 4강에 오를 수 있다. 1라운드에서 조 1위를 차지하면 B조 2위와, 2위를 하면 B조 1위와 맞붙는데, A조의 전력 등을 감안하면 네덜란드와 쿠바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 한국을 울렸던 네덜란드와 맞붙는다면 제대로 설욕을 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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