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피자빵이 간절한 오후 3시
파이낸셜뉴스
2023.02.05 19:53
수정 : 2023.02.05 19: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연말 송년회에 가던 길, 부랴부랴 파리바게뜨에 들렀다. 먼저 와있던 A는 '피 묻은 케이크'를 사 왔다며 구박했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시간이 늦어 문 연 곳이 없더라"고 얼버무렸다.
그때의 당혹스러움이 잊히지 않는다. 이 글은 그 당혹스러움을 공유하는 모든 이를 위한 글이다. 나의 소울푸드는 파리바게뜨 피자빵이다. 달큰한 케찹 소스와 짭조름한 소시지. 오후 3시께 기사를 마감할 때쯤 혈당을 올리는 최고의 맛. 그 2800원짜리 피자빵을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한 번도 사 먹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지난해 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직원 박 모씨가 근무 중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영인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룹 전반 안전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무색했다. 대국민 사과 이틀 만에 샤니의 제빵공장에서 직원이 근무 중 집게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대학가 등 젊은 층이 몰리는 지역 상권의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최대 30% 정도 떨어졌던 매출이 일부 회복된 곳도 있지만 아직도 전년 대비 10% 매출이 하락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SPC 운영 가맹점 수는 6000개에 달한다. 퇴직금에 온갖 대출을 끌어안고 가맹점을 연 6000여명의 가맹점주가 불매운동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불매운동의 딜레마다. 정치인들이 나서 '노 재팬'을 외칠 때 일식집과 이자카야 사장들은 절망했다. 결국 SPC가 약속을 지킬 때 불매운동은 끝날 것이다. 실제 노동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오늘도 3시께 피자빵이 간절해졌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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