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철수하면 1달러에 국유화'..이러니 삼성-현대차 꼼짝 못하지
파이낸셜뉴스
2023.02.26 16:26
수정 : 2023.02.26 16:26기사원문
3년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총괄
코트라 전 CIS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
"전쟁 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1위였으나..."
"중국 업체 득세...하이얼, 샤오미, 하발 등 세 불려"
"유럽 기업 등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 통한 거래"
"한국 화장품, 생활용품 등 현지서 인기 지속"
이정훈 코트라 전 CIS지역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26일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큰 그림은 유럽과 미국주도로 그려질 것이나, 이후 실적적인 복구활동이나 이에 필요한 기자재, 장비, 건설 등은 이미 이라크 재건사업의 경험이 있는 한국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우크라 재건사업, 물밑 치열"
이 전 본부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1년을 거치면서 대러 수출제재로 인해 러시아 휴대폰 시장의 1위, 가전시장의 1위였던 삼성전자, LG전자의 자리를 중국 하이얼, 샤오미가 대신하고 있으며, 현지 자동차 시장 1위였던 현대차 역시 중국의 하발 등에 선두를 내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국기업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을텐데,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모스크바 현지 주요 쇼핑몰은 물론이고, 소규모 도시, 지방 등에서 매장 규모를 확장하는 등 세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은 철수 대신 버티기를 택한 곳이 많지만, 가전·자동차 등은 반도체 등 전략물자들이 포함돼 있어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이 전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당장 포기하고 나오면, 1달러에 러시아에 국유화 돼 버리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매일 손실을 입으면서도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잔류 국내 기업들은 70~80개사다.
그는 "국내 많은 수출기업들이 대러시아 무역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오해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데, 서방의 제재 품목인 반도체 등 전략물자를 제외한 화장품, 생활필수품, 유아용품 등은 수출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러시아 현지에서 한류붐 지속으로 한국 화장품, 식료품 등에 대한 선호가 여전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인근 국가에서의 무역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러시아 수출거래가 막히니 인접국이 대러 수출 전초기지가 되는 일종의 '풍선효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본부장은 "카자스흐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과의 거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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