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구속기간'에 쫓기는 판사들… 피고인 방어권도 위축
파이낸셜뉴스
2023.02.26 19:23
수정 : 2023.02.26 19:23기사원문
사법정책연구원, 판사 770명 설문
법관 94% "구속기간 완화·폐지"
'쪼개기 기소'로 구속연장 사례도
"현실에 맞게 보완" 목소리 커져
일률적인 구속기간 제한에 따른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선 구속기간 제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관 10명 중 9명 "구속기간 연장·폐지에 공감"
우리나라는 일률적으로 피의자 구속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수사·재판단계에서 구속기간을 제한한다. 구속 갱신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구속기간은 1심 6개월, 항소심·상고심 각각 8개월이다. 수사단계에서는 경찰 10일·검찰 20일로 최장 30일이다.
구속기간 제한은 일제 강점기에 불거진 '미결구금 장기화'에 따른 기본권침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공권력이 아직 유무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을 무한정 가둔다는 불공정을 막기 위한 취지다.
법조계에선 이 제도가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법관들이 구속기간 만료 전 재판을 끝내기 위해 심리를 서두르면서 피고인이 충분히 다툴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고법 판사는 "재판부가 사건기록을 열람·복사하는 데에만 한 달이 걸린다"며 "결국 본격적인 재판은 기소 후 2개월 후에야 시작되는데, 4개월 동안 재판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할 수 없다 보니 신중하게 심리할 시간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지방법원 한 판사는 "6개월 동안 여러 구속 사건을 심리해야 하다 보니 판사들은 '심리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며 "치열하게 다투는 피고인들은 통신사실 조회나 증인 등 증거신청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면 '이게 큰 의미가 있겠나'라며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속 피고인을 구속기간 도중에 석방하는 보석 제도가 있지만, 보석에 대한 사회적·심리적 장벽으로 보석 인용 비율은 여전히 높지 않다. 한 수도권 판사는 "아직 유무죄 판단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구속까지 된 범죄자를 보석으로 왜 풀어주냐'는 인식이 보석 허가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진다.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보석 허가율은 27.4%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평균 보석 허가율은 35.6%에 그쳤다.
'쪼개기 기소'로 사실상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있다. 1심 최대 구속기간은 6개월이지만,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은 모두 1년간 구속상태로 대장동 1심 재판을 받아왔다. 곽상도 전 의원 측에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이다.
■"미결구금 장기화 우려 해소 같이 고민해야"
구속기간 제한제도를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구속기간 상한을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미결구금 장기화에 대한 우려 해소 차원에서 상급심에서 구속심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인신구속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불구속 재판 전제 등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이공 양홍석 변호사는 "불구속 재판을 전제로 하지 않는 구속기간 완화 또는 폐지 논의는 검찰 수사 편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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