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될 생각 말고, 화두에 속지 말라"…'설악산 호랑이' 무산 스님의 말과 글
뉴스1
2023.03.02 11:33
수정 : 2023.03.02 14:02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무산 스님(1932~2018)이 수좌에게 설한 법어와 대중에게 말한 법문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 기고 등을 모아놓은 '설악무산의 방할'이 나왔다.
'설악산 호랑이'라 불렸던 무산 스님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젊은 시절 금오산 토굴에서 6년 고행한 후 1970년대 중반 설악산에 들어와 40년 이상을 머물렀다.
책은 총 5장으로 짜였다. 1장 상당법어(上堂法語)와 2장 향상일로(向上一路)는 수행의 목적이 단순한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깨달은 내용대로 살아가는 깨달음의 실천이 중요함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2015년 8월28일 백담사에서 설한 법어가 대표적이다. 스님은 수좌들에게 옛 선사들의 화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세월호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본받아 당면한 사회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중생이 없는데 부처가 왜 필요합니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세월호 유족들과 고통을 같이하듯이 중생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 선승들의 화두도 오늘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31쪽)
3장 본지풍광(本地風光)과 4장 간담상조(肝膽相照)는 스님의 저서에 실린 서문과 기고문, 이영희 교수 등과 주고받은 편지글, 여러 문학인의 작품을 읽고 남긴 평설과 독후감, 지인들의 요청에 부응한 추천사 등이 망라됐다.
첫 시집 '심우도'에 실리 자서에는 한국 근현대 불교의 기틀을 만든 경허 큰스님(1846~1912)을 그가 어떻게 이해하는 지가 잘 나와 있다.
"비구(比丘)나 시인으로는 경허를 만날 수 없었다. 동대문시장 그 주변 구로동 공단 또는 막노동판 아니라면 생선 비린내가 물씬 번지는 어촌 주막 그런 곳에 가 있을 때만이 경허를 만날 수 있었다"(203쪽)
마지막 5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와 미국 버클리대에서 불교관과 문학세계를 펼쳐 보인 '영혼의 울림'이라는 대담이 실려 있다.
책은 탐진치(貪瞋痴)에 빠지려는 자신을 경계하고 이를 극복하려 쉼 없이 노력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무산 스님의 생각이 잘 녹아 있다. 책 마지막에 실린 스님의 임종계는 다음과 같다.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설악무산의 방할/ 홍사성·김병무 엮음/ 인북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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