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철강재 저가 공세… 업계 "시장교란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3.03.13 18:24   수정 : 2023.03.13 18:24기사원문
작년부터 H형강·철근 수입 급증
엔저 올라타 중국산 빈자리 꿰차
글로벌 수요 늘면 자국 우선공급
가격 폭등에 꼼짝없이 당할 수도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산 철강재의 가격이 저가에 형성되면서 H형강과 철근을 중심으로 지난해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중국산 철강재의 빈자리를 일본산이 파고든 것. 다만 추후 글로벌 철강 수요가 회복해 자국 우선 공급으로 돌아설 경우 한국 시장은 꼼짝없이 가격 폭등을 마주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저 타고 일본산 철근·H형강 유입

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철강재 수입은 543만4000t으로 전년 대비 13.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일본 내수 부진으로 잉여 물량이 해외로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산 H형강의 수입가는 t당 119만원으로 국내산 도매 유통가인 127만원보다 8만원 가량이 낮았다. 아울러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감소한 것도 일본산 철강재 유입이 증가한 이유가 됐다. 도시 봉쇄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 자체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탄소감축을 위해 생산량 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산 철강재 중 수입 증가가 눈에 띄는 제품은 건설현장에 쓰이는 H형강과 철근이다. 작년 일본산 H형강은 전년 대비 30.8%가 늘어난 18만8000t이 수입됐다. 철근의 경우 37만9000t이 일본에서 유입됐는데 전년과 비교해 5.0% 소폭 줄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넘는 물량이 들어왔다.

■국내 건설용 철강 생산 타격 우려

저렴한 수입산 철강재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입품이 세를 넓히면 국내 철강사들이 점차 감산에 나서다가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되는데, 한번 라인을 폐쇄하면 다시 가동이 쉽지 않다. 때문에 추후 글로벌 철강 수요가 회복됐을 때 한국이 가격 폭등을 마주할 수 있다.


실제로 2015년경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후판 공장이 문을 닫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다시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며 국내 후판 수요가 늘었을 때 빠른 공급이 어려웠고, 가격이 오르는 후폭풍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싼 게 좋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다시 일본 내 수요가 늘어 자국으로 물량을 돌리면, 한국에서는 가격 폭등을 그대로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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