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기부로 감형 노리는 성범죄자… 효과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2023.03.14 18:14   수정 : 2023.03.14 18:14기사원문
대검, 판결문 91건 분석
감형 서비스·대필업체 성행

최근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성범죄 가해자의 감형을 목적으로 한 로펌이나 업체들이 감형을 해준다는 명분으로 활개를 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성범죄에 특화된 감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업체들의 광고가 난무하고, 성범죄자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서 감형자료 목록을 공유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반성문, 기부자료 등을 양형자료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법원에 제출하며 감형을 시도하는 사례가 있어 성범죄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성범죄 가해자들이 반복적인 반성문 제출, 기부자료 제출 등으로 '꼼수 감형'을 노리고 있지만 실제로 법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주요 성범죄 사건의 판결문 91건을 분석한 결과, 기부 자료나 반복적인 반성문 제출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인정한 판결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 대상 판결 91건 가운데 피고인의 반성이 감형 사유로 인정된 건은 27건으로 범행을 자백한 뒤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공탁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경우, 초범인 경우 등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피고인의 변명의 취지나 피해자에 대한 태도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양형 이유로 중형을 선고한 사례가 35건이 확인됐다. 자백만 했을 뿐 합의나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아 아예 '반성'이라는 말이 빠진 판결문도 29건이었다.

대검은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라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한 기부자료, 교육이수증, 반성문의 반복 제출 만으로는 감형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이와 같은 꼼수감형 시도 대응을 위해 지난해 6월 일선 검찰청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양형자료의 진위 등을 면밀히 확인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선 청에서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의 강요나 위조 행위 등을 적발한 사례도 여러 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헤어진 연인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의 경우 재판 중 합의서가 제출됐으나 조사를 해 보니, 보복이 두려워 합의서를 작성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의 심각성과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법정에 제출하는 등 양형조사를 강화했다. 지난해 9월 수원지법에서 불법촬영 사건의 피고인이 피해자 아버지의 회사 홈페이지에 영상을 유포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사실도 밝혀내 피해의 심각성을 법원에 제출해 징역 4년 선고를 이끌어냈다.

대검은 "앞으로도 철저한 양형조사로 부당한 감형시도를 차단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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