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페이코인, 규제에 막혀 '자체코인' 포기…국내 사업 축소(종합)
뉴스1
2023.03.15 12:07
수정 : 2023.03.15 12:07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다날의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국내 사업을 사실상 축소한다.
금융당국이 요구한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페이코인(PCI)을 통한 결제가 아닌, 비트코인(BTC) 등 주요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만 지원할 전망이다.
문제는 페이코인이 현재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로부터 유의종목으로 지정돼있다는 점이다. 닥사는 1분기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겠다는 페이코인의 계획을 근거로 유의종목 지정 기간을 오는 31일까지 연장해둔 상태다. 페이코인이 이 기한까지 계좌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페이코인 빼고' 실명계좌 확보 추진…국내 사업구조 변경
15일 페이코인은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을 이원화하겠다는 사업구조 변경안을 내놨다. 해외에서는 페이코인(PCI)으로, 국내에서는 비트코인(BTC) 등 메이저 가상자산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변경안의 골자다.
페이코인이 이같은 선택을 한 데는 은행과의 실명계좌 협상이 예상보다 늦어진 영향이 컸다.
앞서 금융당국은 페이코인의 결제 구조 중 원화와 가상자산 간 교환이 있다고 보고, 페이코인 발행사 페이프로토콜에 가상자산거래업자로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원화와 가상자산 간 교환을 지원하는 거래업자가 되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획득해야 하나, 페이프로토콜은 금융당국이 정해준 기한인 지난해 말까지 계좌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페이프로토콜의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불수리했다.
페이프로토콜은 오는 1분기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 변경신고에 재도전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과의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생겼다.
페이코인의 중심 서비스는 자체 코인인 페이코인(PCI)을 활용해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페이프로토콜은 그간 은행과 협상하는 과정에서도 페이코인을 포함한 결제 모델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최근 외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페이코인을 포함한 결제 모델로는 실명계좌를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이른바 '자기 발행 코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컸던 점이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코인 측은 "페이코인을 제외한 결제 모델로라도 실명계좌를 받아야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은행도 이 같은 결론에 공감하며 추가 절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페이프로토콜은 은행 측이 요구한 추가 절차와 새로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 '페이코인을 제외한 모델로' 실명계좌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기존에 약속한 1분기까지는 실명계좌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실명계좌 없이 닥사 설득 가능할까…상폐 시 해외 거래소에 중점
1분기까지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페이코인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닥사는 지난달 페이코인의 유의종목 지정 기간을 오는 31일까지 늘린 바 있다. 페이코인이 실명계좌 관련 협상 진행 과정과 해외 진출 계획 등을 닥사 측에 상세히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 중 실명계좌 협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 닥사와 투자자 측에 약속한 기한까지 실명계좌를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닥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단, 해외 진출 계획은 유지하고 있다. 최근 페이코인은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선 자체 코인인 페이코인(PCI)을 통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페이코인 발행사 페이프로토콜은 스위스에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싱가포르 트리플A(Triple A), 일본 유니바 페이캐스트(UNIBA Paycast Ltd.)'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싱가포르 및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또 최근에는 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DMCC)의 반 술래얌 의장과 단독 면담을 가지며 아랍에미리트 진출도 가시화한 상태다.
따라서 상장 폐지 여부는 페이프로토콜이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 사업 계획을 얼마나 상세히 소명하는지에 달려있다. 만약 이 같은 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페이코인은 닥사 소속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에서 상장 폐지된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약속한 기한까지 실명계좌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 해외 사업에 초점을 맞춰 닥사에 소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될 경우, 페이코인은 앞으로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해외 거래소 중 페이코인은 대형 거래소인 후오비와 오케이엑스에 상장돼 있다.
한편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페이코인 가격은 하락세다. 15일 오전 11시 30분 빗썸 기준 페이코인(PCI)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21.45% 하락한 309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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