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자리 줄인다던 尹정부, 고용한파에 '회귀'…고령일자리 견인

      2023.03.20 05:30   수정 : 2023.03.20 09:11기사원문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2023 청년 희망 인턴' 채용박람회를 찾은 인턴 지원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3.2.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 구인구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7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2000명(1.1%) 늘었지만, 증가 폭은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2년 만에 가장 작았다.

2023.3.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올해 고용지표가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자 공공 주도 일자리로 난관을 헤쳐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일자리가 고령층 일자리 증가를 견인해 고용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같은 복지성 정책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1만2000명 늘어난 2771만4000명으로 2021년 2월 이후(47만3000명)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 규모는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93만5000명을 기록한 뒤 6월(84만1000명)부터 감소 추세를 보였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41만3000명), 50대(7만7000명), 30대(2만4000명), 40대(-7만7000명), 20대 이하(12만5000명) 등이었다. 60세 이상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한 셈으로 이들을 제외하면 전체 취업자 수가 10만명 넘게 줄었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0만명 내외로 보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지난 5일 "단기변동성이 컸던 코로나19 기간을 데이터에 포함하는지에 따라 7만명에서 12만명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전망까지 어두워지자 공공일자리 확대를 통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일자리 예산 중 의무지출 사업을 제외한 14조9000억원 가운데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겠다"며 "취약계층 생활안정을 위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전년보다 1만4000명 확대해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공공일자리 확대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일자리 대다수가 고령층 일자리인 만큼 고용한파에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꾸준한 증가 폭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수 자체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에다 공공일자리에 연평균 100만명 이상을 채용해 온 것을 더한 결과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부문의 직접일자리 중 노인일자리 비율은 2019년(72.1%), 2020년(75.1%), 2021년(76.4%) 등으로 해마다 70% 이상을 상회했다. 비중도 매년 늘고 있는데 연평균 공공일자리 규모가 100만개를 소폭 웃도는 상황을 감안하면 공공일자리 중 약 70만개 이상이 고령층 일자리라는 의미다.

문제는 공공일자리가 민간 주도 일자리 확대라는 현 정부의 고용 기조와 배치돼 정책 일관성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10대 공약으로 뽑고, 기업 성장에 의한 민간 주도 일자리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또 당장 윤 대통령이 지난 14일 기업 대표 초청 오찬에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고 밝힌 것과도 대조되기 때문이다.

공공일자리를 제외하면 다른 뚜렷한 고용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현재 고용한파 충격을 가장 크게 입고 있는 청년층을 위한 고용 정책이 부재하다. 20대 이하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줄어든 상황이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영향인지, 실제 취업난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나라 곳간을 운영하는 기재부는 고용 정책이 현 정부 기조와 어긋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 차례 정부 의지를 표명했지만 올해 직접일자리를 늘린 것은 국회 측의 요구였다"며 "원래 하던 사업을 갑자기 줄이긴 어려운 측면이 있고, 빈 일자리 해소 등 다른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고용이 안 좋을 때 정부의 돈을 쓰는 정책은 항상 있었다"며 "공공일자리는 어쨌든 복지성 일자리다. 돈을 쓰는 건 좋은데 돈의 효과를 더 키울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의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라며 "일자리는 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먹고사는 문제인 만큼 진영 논리에 입각해 정치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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