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사태에 놀란 당국…'특화은행' 신중론 선회
뉴스1
2023.03.31 07:10
수정 : 2023.03.31 09:48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메기'를 더 풀겠다던 금융당국이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영향에 따라 정책 방향을 신중론으로 고쳐 잡았다.
경쟁 확대보다 시장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입장에 더해 '특화은행'(스몰라이선스) 지속가능성과 부실 시 후폭풍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스몰라이선스가 6월 말에 발표하는 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최종 대책에 들어갈 가능성 큰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장 판단할 시기도 아닐뿐더러 최근(요새)에는 끝까지 중립적이라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은행권 경쟁 확대로 금리 인하 등 금융소비자 편익 확대를 이끌기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스몰라이선스 도입은 신규 은행 사업자를 진입시킬 주요 경쟁 확대 방안으로 꼽혀왔다.
그러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SVB 폐쇄를 결정하면서 해당 정책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6일 강 과장은 "1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었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4일 국내에 SVB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스몰라이선스 논의는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입장을 신중론으로 선회했다.
당국이 입장을 바꾼 것은 시장에서 SVB 사태가 국내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진행된 TF에서는 스몰라이선스의 한 형태인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이 도입된다면 수익성을 갖춰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부실이라도 발생하면 대출채권 매각이 SVB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SVB 사태 이후로 시장에 안착했다고 평가받는 인터넷은행마저 최근 우려를 키우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은행 막내인 토스뱅크는 지난 24일 가입 즉시 연 3.5% 이자를 지급하는 '선이자지급' 예금을 출시한 바 있다. 혁신성을 강조하려 했으나 오히려 시장에서는 유동성 문제가 있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걱정들이 나왔었다.
한편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연이은 '돈장사' 지적에 가계·기업 대출에 대한 이자 지원 정책과 2금융 대환대출 등 사회공헌을 확대했지만, 몇 달째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 진출이라는 사실상 영업 규제까지 더해지는 건 지나치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제도개선 TF와 관련해서는 당국의 어떤 정책 방향도 존중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우려했던 인터넷은행 진출도 과거만큼 긴장감을 주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최근 은행들의 고민은 부실 관리나 진행 중인 사회공헌정책이 2금융 등 업권 정체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실효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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