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상 연락까지 '단 3분10초'…"SNS 하다보면 마약광고 접할 수밖에"

뉴스1       2023.04.17 05:30   수정 : 2023.04.17 05:30기사원문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아파트 등 주거지 등에서 대마 재배 및 생산 행위 적발 브리핑에서 대마 전문 재배 및 생산시설이 공개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마약상들은 텔레그램에 상담 채널 외에도 '공지방', '후기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 뉴스1


트위터 등 SNS가 마약 광고의 온상이 됐다.
간단한 회원가입만 절차만 거치면 이용할 수 있는 트위터엔 실시간으로 마약 광고가 올라온다.(트위터 갈무리)ⓒ 뉴스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모 씨가 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남씨는 지난달 23일에도 같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 되었으나 법원이 25일 구속영장을 기각해 석방되었다. 2023.4.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아**(필로폰을 지칭하는 은어)' 0.5(g) 서울 얼마인가요?"


"50(만원)."

"어떻게 받나요?"

"드랍(던지기 수법). 비트코인이나 모네로로 송금."

지난 16일 기자가 마약을 구매하려는 손님을 가장해 트위터에서 접한 필로폰 광고 속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해 구매 방법을 안내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 판매책과 최초로 연락이 닿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에 불과했다.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이용할 수 있는 트위터엔 실시간으로 마약 광고가 올라온다. '아**' '작**' '캔*' 등 마약 관련 은어를 검색하니 마약 홍보 트윗이 수십개가 나왔다. 트위터가 마약 광고의 온상이 됐다.

트위터 뿐만이 아니다. 마약상들은 텔레그램에 상담 채널 외에도 '후기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트위터에 게시된 텔레그램 아이디를 텔레그램에 검색하면 이들이 운영하는 방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이곳에는 사진 또는 영상과 함께 '오늘도 덕분에 행복하다', '드디어 살았다', '사장님 감사해요'라고 적은 인증 글이 넘쳐난다. 가상자산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아도 6만원 가량 수수료를 내면 '환전'을 해준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 트위터·SNS '마약광고' 무방비 노출…호기심 많은 10대 유혹


소통 채널인 텔레그램도 문제지만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구매처를 알리는 수단이 된 점이 더욱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엔 1분 간격으로 수십 건씩 마약 광고가 올라오는데도 이 트윗들은 제대로 '필터링'(특정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 차단)이 되지 않고 있다. 2~3분 간격으로 트윗을 올리는 한 마약상의 계정은 버젓이 살아있어 매일 홍보에 열을 올린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마약 광고는 10대들의 삶 속에도 파고 들고 있다. 아이돌 팬 활동을 위해 '짤'을 보려고 자주 트위터에 접속하는 고등학생 김모씨(17·여)는 "마약 홍보 트윗을 어쩌다 접하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정말 마약을 할 마음이 있는 친구들은 10대라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겠다고 실감했다"며 "광고가 방치되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트위터는 '아이돌 덕질'(팬 활동), '인증', '트친'(트위터 친구) 등 10대와 20대의 또래문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기존 마약 유통 창구였던 다크웹과 달리 접근성이 높아 플랫폼 활용에 익숙한 이들이 마약에 노출되기 더 쉬워졌다.

최근 플랫폼을 중심으로 마약이 확산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포털은 마약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필터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다음)는 마약류 키워드를 대상으로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부적절한 검색결과는 노출을 제한한다.

플랫폼 자체 모니터링이 부실할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몫이다. 이들은 현행법상 주 2회 대면회의로 인터넷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의결한다. SNS상에서 은어를 바꿔가며 1분에 1건씩 마약 광고가 올라오는 것을 감안하면 게시물 확산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마약류 유통 방지를 위한 방심위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방심위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8개월간 트위터가 방심위로부터 받은 불법 식·의약품 관련 시정요구는 1만1648건에 달했다. 시정요구 건수는 2017년 341건, 2018년 5999건, 2019년 2005건, 2020년 5652건, 2021년 719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통한 범죄 시대…'위장 수사' 허용해야"

마약상들이 플랫폼에 범람하지만 경찰은 플랫폼 수사를 통해 이들을 검거하기 어렵다. 트위터 등 SNS는 해외 기업이 운영하는 데다 서버도 국외에 두고 있어 사법 당국이 수사 협조를 강제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내게 연락하라"고 손짓하는 마약상들에게 경찰이 구매자로 위장해 검거하는 '위장 수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장 수사에 대한 합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경찰의 위장수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허용된다.

지금은 경찰관이 일반인으로 위장해 마약상에게 접근한 다음 범행 현장을 잡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만 가능하다.
영국이나 독일, 미국 등은 마약에 대해서도 위장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아날로그형 범죄는 잠복 수사를 해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는지 파악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범죄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며 "플랫폼을 활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마약상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선 위장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판매책을 검거하거나 마약 조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위장 수사 기법이 법적으로 정식 도입될 때"라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규정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 중 불법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