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대물림이라도…" 일본 정부의 호소
파이낸셜뉴스
2023.05.02 18:01
수정 : 2023.05.02 18:01기사원문
특히 '잃어버린 30년' 동안 "오로지 절약만이 최고의 재테크다"라고 학습한 일본 노인들은 임금을 소비하지 않는 게 오랜 습관이 됐다.
긴 불경기에 저축은 생존을 위한 정답이 맞았다. 그러나 소비진작으로 성장을 꾀하는 최근에는 일본을 '돈맥경화' 상태에 빠지게 한 원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또 재산을 남기고 숨진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었던 비율은 72%까지 높아졌다. 상속을 받은 자녀의 나이는 통상 50세가 넘었다. 초고령층이 고령층에 부를 이전하고, 20~40대 젊은 층은 부양의 책임만 지는 구도가 됐다.
노인들의 금융자산은 대부분 예금과 현금으로 은행 통장과 장롱 속에서 늙어가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일본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의 67%를 60세 이상 고령자가 갖고 있다. 더 이상 투자리스크를 떠안을 필요가 없는 고령자들은 투자금이 남아돌고, 기꺼이 리스크를 떠안으려는 젊은이들은 투자할 돈이 없다.
일본 언론에서는 고령자의 저축을 소비나 투자로 돌려 세대 간 부의 이전을 유도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금융자산은 60세 이상이 전체의 60%를 초과하는 1200조엔을 안고 있다"며 "금융자산이 일정 이상의 고령층에서만 계속 돌면서 젊은 층에는 퍼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의 대물림이 중단돼 국가적 돈맥경화 상태에 놓인 일본의 상황이 남 일처럼만은 안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일본이 겪은 문제는 크든 작든 10~20년 뒤 우리의 문제가 된다. 초고령화 사회도 우리에게 멀지 않은 미래인 건 마찬가지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먼저 길을 떠난 일본이라는 내비게이션이 있다. 갈 길이 뻔하다면 준비해야 한다. 생전 증여를 촉진하는 세제를 재검토하거나 고령 자산가들의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및 사회보장제도를 손보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 10~20년 뒤 '부의 회춘' '부의 이전'이라는 철 지난 일본의 슬로건을 부랴부랴 찾고, 그조차 겨우 답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km@fnnews.com 김경민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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