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같은 친구"..김상연군 유서에 적힌 '학폭 3년'

파이낸셜뉴스       2023.05.26 17:14   수정 : 2023.05.28 19:57기사원문
천안 학폭으로 극단선택한 고등학생
"발기된 것 봤다" "몸 이상해" 괴롭힘
"친한 친구들도 떠나" 고스란히 기록

[파이낸셜뉴스]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생 김상연군(18)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김군이 직접 기록한 수첩 내용에 이목이 쏠린다.

"악마 같은 XX.. 괴롭힌 만큼 돌려받았으면 좋겠어"


지난 25일 김군 유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1일 오후 7시15분께 자택 자신의 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40여분 뒤 숨졌다. 이후 김군 가방에서 발견된 수첩에는 유서와 함께 김군이 고등학교 1학년 초부터 숨지기 전까지 당한 학교폭력 피해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첩에서 김군은 주 가해자로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A군을 지목하며 "악마 같은 XX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괴롭힌 만큼 돌려받았으면 좋겠어. 아니, 몇 배로…"라고 적어 A군과 가해자들을 향한 증오심을 드러냈다.

수첩 내용에 따르면 A군은 1학년 초부터 김군의 얼굴을 향해 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행동을 하는 등 김군을 괴롭혔다. 김군이 싫다는 의사 표시를 하며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A군은 오히려 김군의 그런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A군은 김군이 중학교 때까지 다른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을 두고도 "널 명예 천안인이라고 불러줄게"라며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군 몰래 촬영한 사진, SNS에 올린 친구들


학급 친구들도 김군을 향해 "팔이 짧다", "몸 모양이 이상하다" 등의 말을 하며 외모를 비하했다. 김군이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는 "발기된 것을 봤다"라며 학교에 이를 소문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들은 김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몰래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2학년 2학기가 되자 따돌림은 더 심해졌다. A군과 친한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김군에 대한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김군이 같은 옷을 입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며 따돌리기 시작했고, 특정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다 봤다고 하자 그마저도 트집 잡아 놀려댔다.

신발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누군가가 김군의 태블릿 컴퓨터에도 손을 댔다. 친구에게 볼펜을 빌려줬지만 쉽게 돌려받을 수 없었다.

친했던 친구마저 하나둘 떠나.. 도와주는 이 없어


김군의 꿈이 경찰이라는 사실도 놀림거리가 됐고,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했다가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애"라며 면박을 당했다.

김군이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도와주는 친구들은 없었고 오히려 김군과 친하게 지냈던 이들도 하나 둘씩 모두 떠나갔다. 김군은 자신을 제외한 학급 단체 메신저가 있었다는 사실도 토로했다.

담임교사도 눈 감아.. 학교는 "학폭 없었다"는 말만


3학년이 된 뒤 김군은 담임교사와 상담 중 용기를 내 따돌림 이야기를 꺼내고 연관된 학생들을 지목했다. 담임은 다른 학생들 상담을 모두 마친 뒤 김군을 다시 부르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달 말부터 김군이 어머니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자, 부모는 이달 4일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군 아버지에 따르면 학교에서는 '학폭이 없었다'라고만 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군은 수첩 말미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따돌림받은 시간이 매우 길다. 우울증과 불면증 약을 받으려 했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심해질까 받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가해자 지목된 7명과 담임교사 경찰 고소


김군 부모는 김군이 숨진 다음 날인 지난 12일 학교폭력 가해자로 수첩에 명시된 학생 7명과 3학년 담임교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김군 아버지는 "유서에 '000은 악마다. 이 세상에 안 태어났으면 좋겠다. 나 대신 누군가가 걔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처벌을 내려줘요'라는 글이 적혀있다"라며 "'누군가'라는 말에서 그동안 아무 조치도 안 이뤄져 힘들어했을 아이가 생각나 마음이 찢어진다"라고 흐느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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