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연 애니메이터 "픽사 사랑받는 이유? 지친 어른들 위한 스토리" ②

      2023.05.31 15:31   수정 : 2023.05.31 15:31기사원문
이채연 애니메이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엘리멘탈' 스틸 컷


이채연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인터뷰】①에 이어>

K컬처가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시대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에 참여한 애니메이터 이채연씨(33)는 한국인으로서 동료 애니메이터들에게 "너희들은 얌전하고 조용한데 작업물만 보면 전혀 다른 성격이 나온다, 그런 것은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K드라마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봐 온 K드라마와 빠른 유행의 변화, 이런 것들 때문에 쉽게 재밌는 것들을 습득하는 게 아닐까요. 외국 애니메이터들도 K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강한 코드들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76회 칸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며 '굿 다이노'의 피터 손 감독이 연출했다.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소속인 이채연씨는 이번 작품에 애니메이터로 함께 했다.
'엘리멘탈'은 피터 손 감독의 지휘 아래 약 70여명의 애니메이터들이 완성한 작품이다. 이채연씨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게임 애니메이터로 국내에서 근무하던 중 다시 캐나다 센테니얼 대학교에 입학,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이후 2021년 픽사에 입사, '버즈 라이트이어'와 '엘리멘탈'의 작업에 참여했다.

"피터 손 감독님은 여태 만난 감독님 중에 가장 친구 같은 편한 감독님이었어요. 시퀀스 론칭이라고 왜 이 시퀀스를 작업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럴 때 항상 부모님의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셔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더 작업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셨죠. 그런 얘기들에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어서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많이 가는 감독님이에요."

이채연씨는 이번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들의 애니메이팅 작업에 참여했다. 보통 디자인 파트에서 캐릭터의 다자인을 결정하면,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들이 스크린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애니메이팅 작업을 한다.

"주인공 앰버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번 작품 만을 위해 추가된 옵션까지 있을 정도에요. 앰버의 감정을 더 표현하기 위해서 옵션이 필요했어요. 화가 났을 때 보라색으로 변한다든지 감정 레벨에 따라 비트나 밝기 조절이 필요했었죠. 다른 캐릭터들 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어요."

'엘리멘탈' 직전에 참여했던 작품은 '버즈 라이트이어'였다. 이채연씨는 '엘리멘탈'과 '버즈 라이트이어'의 서로 다른 작품 스타일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극 사실주의를 표현하려고 노력한 작품인데 '엘리멘탈'은 정말 그 반대거든요. 극과 극의 캐릭터 스타일을 작업해야 해서 바로 텀 없이 '버즈 라이트이어'를 끝내고 조인하게 됐을 때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힘이 든 기억이 있어요. 몇 달 공부하고 적응해 나가는 시기를 겪었어요."

'토이 스토리'와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E' '인사이드 아웃' '코코' 등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픽사가 만든 명작 애니메이션은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빛나는 과거에 비해 최근 작품들은 이전과 같은 명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픽사는 다양한 시도를 해요. 모든 게 잘될 수 없죠. 최근(의 흥행부진)은 시행착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사가 사랑받는 이유는 아이들만의 만화 영화가 아니라 지친 어른들을 위한 스토리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신이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의 홍보를 위해 고국을 찾은 이채연씨는 지난 연휴 기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이 신기해 하는 것 같아요. '네가?' 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동생이 자랑스러워하는 게 제게는 큰 기쁨이에요. 동생은 지금 웹 개발자를 하고 있는데,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모습 볼 때 굉장히 뿌듯해요.(웃음)"

이채연씨는 언젠가 자신도 피터 손 감독처럼 자기 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해외에서 겪은 여러 경험들을 이야기에 녹이고 싶은 마음이다.


"감독이 되는 것은 자아 실현의 일종인 것 같아요. 단편이 됐든 장편이 됐든 가벼운 걸 해보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해외에 나가서 겪은 컬처 쇼크를 그려내고 싶어요. 내가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해외에서는 다른 모습이 되더라 하는, 어떤 게 내 모습일까, 자아를 찾는 내용으로 구상하고 있어요."

한편 '엘리멘탈'은 오는 6월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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