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
파이낸셜뉴스
2023.05.31 18:30
수정 : 2023.05.31 18:30기사원문
다만 형식과 시기를 놓고 한창 기싸움 중이긴 하다. 이번 합의는 김 대표의 식사정치 제안에서 비롯됐다. 소주 한잔 곁들여 밥 한끼 같이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자는 김 대표 제안을, 이 대표가 "밥과 술은 친구랑 하시고 실효성 있는 공개 정책회동을 하자"고 되받아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화의 장(場)이 마련된 셈이다.
흔한 대화법 중 "식사 한번 하죠"라는 표현이 있다. 정말로 밥 한끼 같이 하면서 대화하자는 의미에서부터, 꼭 식사가 아니더라도 한번 만나 소통을 하자는 뜻과 그저 '영혼 없는' 단순한 인사치레까지 다양한 해석을 동반한다. 같이 밥을 먹을 정도로 가족처럼 가깝다거나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는 우리네 전통적 특성을 반영한 표현이지만, 외국인의 경우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정말 식사하자는' 말로 오해하는 일도 적지 않다.
'영국의 이순신'으로 통하는 허레이쇼 넬슨 해군제독은 평소 식사자리를 통한 토론을 즐겼다. 넬슨 제독은 유명한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무적함대로 불리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연합함대에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뒀다.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위대한 논쟁 없이는 감동도 없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즉흥토론의 달인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가장 중요한 통찰은 상대방의 감정이입을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식사정치를 선호하는 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편 처지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공감대 형성의 출발점이다. 밥때를 놓치면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모처럼 성사된 양당 대표 간 회동이 꽁꽁 얼어붙은 정국에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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