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 보유 확대보다 달러 유동성 유지가 더 바람직"
뉴시스
2023.06.06 12:00
수정 : 2023.06.06 12:00기사원문
10년째 금 보유량 외화자산의 1%로 제자리 ""유동성 낮고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 줄 수 있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이 이달 들어 사들인 금 순매수액은 171억9554만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 96억6666만원 순매도한 것에서 순매수 전환하고 있다.2023.05.1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한국은행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금 보유 확대보다 미달러화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은 6일 '한국은행 보유금 관리현황 및 향후 금 운용 방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보유금 104.4톤을 전량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외화자산에서 금 보유비중은 1.1%에 그친다. 미 달러화의 비중은 70%를 상회하고 나머지는 유로화·일본엔화·중국위안화 등 기타 통화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량으로 금을 사들였지만 한은은 금 보유량을 전혀 늘리지 않았다. 한은은 10년째 금 보유량을 동결한 상태고 2013년 32위던 금보유 순위는 지난해 38위까지 떨어졌다.
금 가격은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일정범위(1100~1300달러 내외)에 머물렀는데 2019년부터 상승이 뚜렷해지다, 최근 온스당 2000 달러 수준에서 등락하며 지난해 각국 은행들의 투자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일각의 주장처럼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 확대가 긴요한지(꼭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보유 확대보다는 미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은 기타통화들과는 달리 시장전망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자산이 아니다"며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여타통화들 대비 낮은 데다 만일 시장전망이 바뀌어서 매도할 경우 금은 외환보유액 중에서도 최후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총 90톤의 금을 매입했다. 유럽재정 위기로 금값이 치솟고 타 중앙은행과 비교해 금 보유량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며 금 투자 여론이 커졌다. 하지만 한은이 금을 매입할 당시 금값은 온스당 1200 달러에서 1900 달러까지 뛰었고 금을 사들인 후 금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2015년엔 온스당 1045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여러 해 동안 고점 매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년간 변동이 없었다.
한은은 "금 가격이 이미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확인했듯이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달러화의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 보유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가격상승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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