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법 통과됐는데..느긋한 K배터리사들
파이낸셜뉴스
2023.06.16 05:00
수정 : 2023.06.1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탄소발자국, 배터리 여권 등 배터리 생애주기의 관리 기준을 구체화한 이른바 'EU 배터리법'이 유럽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게 됐다. 유럽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이 법 시행에 따른 영향 파악에 분주한 가운데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미래 먹거리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원료 광물 재활용 의무화, 탄소발자국도 도입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지난 2020년 EU집행위원회가 초안을 발표한지 3년여만에 EU 배터리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EU 배터리법은 배터리 생애 전주기에 대한 지속가능성 및 순환성 강화가 핵심으로 유럽에서 거래되는 배터리의 디자인, 생산, 폐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배터리 전주기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탄소발자국 제도 △리튬·니켈 등 광물을 재사용하는 재생원료 사용제도 △배터리 생산·사용 등의 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법률 시행 8년 후부터는 생산 단계부터 코발트 16%, 납은 85%, 리튬과 니켈은 각각 6%의 원료 재활용 의무가 부여된다. 13년 후에는 코발트 26%, 납 85%, 리튬 12%, 니켈 15% 등으로 재활용 비율이 상향된다.
오는 2027년까지 폐배터리에 있는 리튬의 최소 50%를 의무적으로 회수해야 한다. 코발트·구리·납·니켈은 각각 90%씩이다. 2031년에는 리튬 80%, 코발트·구리·납·니켈 95%로 의무 수거 비율이 확대된다.
여기에 전기차 및 전기이륜차 등에 적용되는 산업용 배터리 등은 생산·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 신고가 의무화된다. 아울러 2kWh 이상인 산업용 배터리는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 제도도 도입된다.
폐배터리 리사이클 시장 확대 기대
다만 이번 EU 배터리법 시행으로 인한 국내 배터리사들의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지난해 기준 유럽 지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60%를 상회할 정도록 압도적인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헝가리에 현지 생산법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당 법에는 특정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우리 기업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조항은 없어 우리 기업들의 EU내 시장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오히려 배터리 친환경성 강화가 글로벌 스탠다드인 만큼 이번 법을 계기로 공급망과 제도들을 선제 정비할 경우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EU 배터리법의 폐배터리 리사이클 관련 규제는 관련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인 국내 배터리사들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중국의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한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라이사이클은 10년간 LG엔솔에 2만t의 재활용 니켈을 공급한다.
삼성SDI는 이미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리튬 등을 회수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공장에서 발생한 불량품이나 폐기물을 회수해 원자재를 추출하고 있으며 이를 배터리 제조에 활용한다.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통해 폐배터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폐배터리로부터 리튬, 망간, 코발트, 니켈 회수를 위한 반응·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성일하이텍과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2025년 상업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업게 관계자는 "EU 배터리법의 조항별 구체적 이행 방법 등을 담은 10개 이상의 하위 법령들이 2024~2028년 사이에 제정될 예정으로 법의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인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폐배터리 리사이클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던 만큼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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