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전기설비 발화로 터전 잃어…法 "지자체 배상 책임"
뉴시스
2023.06.18 05:00
수정 : 2023.06.18 05:00기사원문
완도군 가로등 연결용 전신주 점검 소홀로 발화 주택·창고 전소, 주민들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안전 점검상 하자로 화재, 재산 손해 60% 배상"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공용시설물인 가로등 연결용 전신주의 전기 설비에서 발화된 불이 주택을 모두 태웠다면, 시설 점검을 소홀히 한 지자체가 피해 주민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3-2민사부(항소부·재판장 남수진)는 A·B씨가 한국전력공사와 완도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완도군은 A씨에게 1억 1917만 원을, B씨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어머니 B씨와 2019년 5월 18일 오전 4시께 완도군 자택에서 잠자던 중 발생한 화재로 긴급 대피했다.
이 불로 A씨의 주택과 창고가 모두 탔다.
화재 사흘 뒤 '주변 전신주에 설치된 전기 설비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발화된 불이 주택·창고로 확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왔다.
A·B씨는 전신주 점검·관리 소홀에 따른 화재로 재산상·정신상 손해를 봤다며 한전과 완도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실 조회 결과 가로등 연결용 전신주의 전기 설비는 한전 동의 없이 설치됐다. 즉, 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임의로 설치된 전기 설비를 한전이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전에는 해당 전기 설비의 유지·보수 책임이 없어 손해를 배상할 책임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완도군은 가로등 연결용 전신주의 전기설비를 주민들이 임의로 설치한 만큼, 가로등을 점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만약 주민들이 무단 설치했더라도 공용시설물인 가로등을 철거하지 않고 가로등 번호를 부여한 것은 무단 설치를 용인·관리한 것이다. 결국, 완도군이 가로등과 가로등 설치에 필요한 전기 설비의 점유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완도군은 전기 설비의 안전성을 점검하지 않았다. 설치·보존·안전 점검상의 하자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완도군은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전신주 아래쪽과 주택·창고의 담벼락에 쌓인 물건들로 화재가 확대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완도군의 손배 책임을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의 60%로 제한한다.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는 각 100만 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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