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뒤 다시 뽑는 관행있다면…규정 없어도 '재고용 기대권' 있어"
뉴스1
2023.06.18 09:01
수정 : 2023.06.18 09:01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회사에서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다시 고용하는 관행이 있었다면 별다른 규정이 없어도 재고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경비업체 포센에서 일했던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포센은 포스코에서 분사돼 포항제철소 방호·보안 업무를 맡은 회사다.
그런데 A씨는 무단 반출 사고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징계면직됐다. 포스코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고철을 제철소 밖으로 빼돌렸는데, 초소에서 일하던 A씨가 트럭을 검문·검색하지 않고 통과시켜 문제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면직이 부당해고라는 취지로 결정했고 포센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A씨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자 A씨는 부당한 징계면직이 아니었다면 정년 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포센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징계면직 무렵 포센의 취업규칙은 정년퇴직(만 57세)한 직원에게 1개월의 휴식기간을 준 뒤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고, 이후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A씨는 징계면직 시점부터 정년 시점까지의 임금, 정년 후 재고용됐다면 근무할 수 있었던 기간의 임금 등을 모두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1심은 정년 이전까지의 임금 일부는 인정했지만,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정년 이전 기간은 물론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고용 관행이 확립됐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재고용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로자는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에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으면 기대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 시행 경위와 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 이후 재고용된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정년이 지난 근로자도 제한적으로나마 근로관계 존속에 관한 신뢰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하고 기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를 최초로 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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