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명성 앗아간 중독성…금단의 약 '모르핀'
뉴스1
2023.06.19 06:20
수정 : 2023.06.19 06:20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모르핀'(Morphium)은 세계가 전쟁으로 얼룩진 18세기에 가장 많이 사용된 약으로 꼽힌다. 당대만 하더라도 신이 선물한 최고의 진통제로 많은 병사들의 추앙을 받았지만, 현재는 한 번 손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금단의 마약이다.
모르핀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꿈의 신을 맡고 있는 '모르페우스'(Morpheus)에서 따왔다.
이처럼 모르핀이 주는 꿈과 같은 달콤한 느낌은 모르핀이 우리 몸 속에서 기능하는 특징 때문이다. 모르핀은 뇌에 있는 엔도르핀 수용체와 결합하고, 행복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엔도르핀이 몸 속에 가득 찬 착각을 들게 한다.
독일의 약사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담 제르튀르너(Friedrich Wilhelm Adam Serturner)는 1805년 양귀비의 즙에서 채취해 치료에 사용하는 '아편'(Opium)에 관심을 갖고 약제화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그 결과 일반 아편보다 10배 이상의 효과를 갖는 활성 성분만 따로 분리하는데 성공한다. 이것이 바로 모르핀이다. 이 모르핀은 1827년 독일 다름슈타인의 천사약국에서 생산과 판매의 기회를 잡아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 천사약국은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의 시발점이다. 특히 모르핀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데는 바늘 주사기의 등장이 큰 공을 세웠다. 주사기를 통해 혈관에 직접 모르핀을 넣을 수 있었고,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병사들의 필수품으로 부상했다.
모르핀의 세계적 흥행은 더 강력한 제2의 모르핀 개발에 불을 붙인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은 1874년 모르핀에 아세틸기를 덧붙인 물질을 바탕으로 '헤로인'(Heroin) 성분을 상용화했다.
'용기 넘치는', '영웅' 등의 의미를 가진 헤로인은 모르핀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자랑했다. 또 1959년에는 얀센의 창업자인 폴 얀센(Paul Janssen)이 헤로인보다 약 50배 더 강력한 '펜타닐'(Fentanyl)을 발명한다.
그러나 아편과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로 이어지는 진통제의 계보는 중독 사회를 만들어 낸다. 효과가 강력할수록 약물에 대한 의존성은 커졌고, 가짜 엔돌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더 많이, 더 자주 진통제를 찾았다.
1900년대부터 20세기 초까지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중독 자살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각국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아편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제의 시장 퇴출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미국과 영국, 중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가 아편의 원재료가 되는 양귀비꽃 생산을 금지한 끝에 의료 행위에만 허가하는 제한적 환경에 도달한다. 현재 아편과 헤로인은 마약으로, 모르핀과 펜타닐은 마약에 준하는 의약품으로 제한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진통 성분의 마약류나 벤조디아제핀계 등 향정신성 약물은 적절한 대체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만 사용하고, 의료기관에서 그 기록을 남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마약류나 벤조디아제핀계 등 향정신성 약물은 알콜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억제 기능의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할 경우 깊은 진정, 호흡억제, 혼수 및 사망을 초래할 수 있어 최저·유효용량, 최단기간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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