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유정 공책 속 ‘섬뜩한 메모’로 범행 동기 밝혔다
2023.06.22 04:40
수정 : 2023.06.22 09: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정유정을 21일 기소한 검찰은 약 20일간의 보강 수사 결과 ‘혼자서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적 살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1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정씨가 범행을 한데에는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실패, 취업 실패 등으로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가 영향을 미쳤다.
정씨는 한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났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조부의 손에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학 진학에 실패했고, 공무원 시험 불합격, 구직 실패 등을 잇달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쌓인 분노들이 정유정의 사이코패스적인 성격과 결합해 끔찍한 범행을 하게 되는 동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검 심리분석관이 분석한 결과 정씨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경찰이 조사한 28점보다는 낮은 26.3으로 조사됐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로 평가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억눌린 내적 분노를 표출한 대상이 필요했고, 그러한 행동을 하는데 거리낌 없는 성격적 특성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검찰이 범행 동기를 ‘분노 표출’로 짐작한 데는 정유정 책상에서 발견된 공책에 쓰여있는 메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내용은 쓰여 있지 않던 빈 공책에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는 내용의 글귀만이 정씨의 자필로 쓰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글이 최근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씨가 진술을 거부해 정확히 쓴 시점은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씨가 지난해 초부터 분노 표출 방법으로 살인을 고려했다고 봤다. 이는 살인과 관련된 검색을 한 최초 시점으로, ‘살인 방법’이나 ‘시체 유기’등을 검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정씨가 자폐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으나 검찰은 자폐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또한 정씨가 ‘신분 탈취’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도 밝혀내지 못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은 것은 자기 옷에 혈흔이 튄 상태에서 외부로 나가지 못해 옷을 갈아입었을 뿐 신분 탈취와는 관계가 없다고 검찰은 봤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