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사는 부작용이 더 많다
파이낸셜뉴스
2023.06.27 18:14
수정 : 2023.06.27 18:14기사원문
수곡은 한 번 심어 하나를 거두는 것(一穫)이고 수목은 한 번 심어 열을 거두는 것(十穫)이며 수인은 한 번 심어 백을 거두는 것(百穫)이다. 평생의 계획으로는 수인, 즉 인재양성만 한 것이 없다(終身之計莫如樹人)고 했다.
시인 정현종의 시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라면 인사를 한다는 건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루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는 생명업무이며 우주 모성 에너지와 연결되는 철저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노자 도경(道經)의 가르침이다. "하늘의 문을 여닫음에 능히 여성적인 것 없이도 할 수 있겠는가(天門開闔 能無雌乎)?"
인사가 저출산 대책의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은 옳은가? 모 회사는 직원이 셋째를 낳으면 즉시 특진시키기로 했다. 모 지자체 공기업도 유사한 계획을 내놓았다. 시대적 과제에 앞장서는 기업이 고맙기도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새로운 지평을 보는 듯하다. 중앙인사기관인 인사혁신처의 우대정책들도 있다. 인사가 사람 키우는 백년백확(百年百穫)의 계책이므로 출산대책에 활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죽하면 이런 특별한 인사 처방까지 나오겠는가? 그런데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양육비·주거·근로환경 등 경제적 문제다.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기본은 돈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비경제 수단의 정책 효과성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적 과제를 정부가 감당하지 못해 기업이 나서는 것도 어색하다. 문제의 본질이 돈이라면 '3자녀 출산특진'은 그 비용 전액이 지원되지 않는 한 경제사정이 되는 직원만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있는 자의 승진'이라는 특혜인사가 되어버릴 수 있다. 미혼자는 그 대상에서 원천 제외되는 점도 문제다.
'땅에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서는 법'이다. 돈에 연유된 일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산대책이 초미의 과제이지만 그 수단으로서의 '특별한' 인사는 자칫 빛보다는 어두운 그늘만 더 만들 수 있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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