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구속시킨 범죄자랑 쪽방촌으로"…강력계 형사, 국수 한 그릇에 얽힌 인생

뉴스1       2023.07.11 06:01   수정 : 2023.07.11 06: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조윤형 박혜성 기자 = 35년 전 고아원 봉사를 시작으로, 매주 영등포 쪽방촌에 발걸음을 옮기는 이가 있다. 바로 마포경찰서 형사 5팀장으로 근무하는 베테랑 형사, 김윤석 경감이다.

김 경감이 영등포 쪽방촌에 자리잡은 무료 급식소에서 국수를 만든 지 어느덧 20년째. 그는 봉사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계기에 대해 "고아원 출신인 취객이 (제가 근무하는) 아현2파출소에 방문한 뒤 우연찮게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등포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는 쪽방촌과 인연이 닿았다. 김 경감은 "여기 사람들이 경계심이 많아 초반에 어려움도 있었다"라며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90년대에는 거리 노숙인 중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라며 "제가 그들이 정착할 수 있게끔 주민번호 등록을 해주고 생활보호대상자를 만들어 주니까 차츰 다가오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는 오래된 세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20년간 북어와 멸치를 대준 후원인'을 꼽았다. 그 후원인은 자신의 유서를 통해 남편과 자녀들에게 쪽방촌 무료 급식소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김 경감은 얼굴도 보지 못했던 후원인을 언급하면서 "그런 분들이 의무감을 주는 것 같다"라며 "기억해야 하고, 기억할 수밖에 없다"라고 미소 지었다.

봉사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 또한 귀를 쫑긋하게 했다. 김 경감이 과거 자신의 손으로 4번 구속 시킨 범죄자와 함께 쪽방촌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전한 것. 이제는 형, 동생으로 지내는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봉사 메이트'다.

물론 봉사활동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김 경감은 '청룡봉사상' 제도로 진급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그 오해의 눈초리를 끊어내기 위해 그는 휴가와 반차, 대휴를 통해서만 봉사 활동을 이어나갔다.

김 경감은 "이해를 못하는 분들이 '저 사람들(쪽방촌 노숙인)한테 왜 밥을 주냐'고 묻는다"라며 "현실에 들어와보면 다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속은 병들었다.
제가 따뜻한 점심 한 끼 먹인다고 해서 전체를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한 끼를 위해 과천, 부천에서 전철 타고 오시는 분도 있다. (이득 없이) 마이너스여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쪽방촌 사람들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눈만 보면 고마움을 알 수 있다는 김 경감. 국수 한 그릇에 얽힌 그의 인생 이야기는 해당 영상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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