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필요한데 DSR 규제도 없으니 몰릴 수밖에" 은행권 예금담보대출 3조 육박
2023.09.20 16:25
수정 : 2023.09.20 18: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급전 수요'가 은행권 예·적금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다시금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일반 신용대출에 비하면 금리가 낮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아서다. 담보물마저 은행이 가지고 있는 예·적금담보대출은 은행에게 가장 안전한 대출 가운데 하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적금담보대출 잔액이 지난 8월 말 2조8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2조6337억원이었는데 5개월째 증가다. 증가폭 역시 지난 7월 726억원으로 크게 확대되고 지난달에도 706억원으로 700억원대 증가폭을 유지했다. 지난 4~6월에는 잔액이 전월 대비 100억~200억원대 늘어난 데 비해 오름폭이 가팔라졌다.
예·적금담보대출은 금융소비자가 은행에 맡긴 자금의 90~95%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가입한 수신상품에 가산금리 1.20~1.25%p가량을 더해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가입한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돈이 필요한 경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 급한 불을 끄는 데 유리하다.
이런 가장 큰 배경으로는 예·적금담보대출이 DSR 규제를 피해간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정부는 1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 DSR을 40%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예·적금담보대출을 포함해 몇 가지 대출은 그 예외로 뒀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신용대출마저 2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신용이 낮거나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분들이라면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하면 금리나 한도 면에서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예·적금담보대출은 별다른 심사 없이 간편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며 "다른 대출도 다 받고 더 필요하다면 예담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리 인상 여파로 쪼그라들던 가계대출 수요는 올 초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4월 말 677조4691억원까지 줄었다가 8월 말에는 680조8120억원으로 4개월 새 3조3429억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를 견인했지만 최근 들어 개인신용대출 잔액도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리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대출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담보물이 있는 데다가 대출금리에 비해 수신 금리가 더디게 올랐기 때문이다. 예·적금담보대출은 중도해지수수료가 없어 대부분 1달 이내 갚을 정도로 '급전 수요'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23~5.70%였다.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5.58~5.82%로 더 높았다. 이런 상황에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현재 3.90%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적금담보대출 금리는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5.10~5.15% 선에서 형성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적금담보대출은 대부분 소액인데 대출이 많이 필요할 때 함께 늘어난다"며 "워낙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대출 이자와 예금 중도해지 이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