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헛바퀴 돌린 기업 리쇼어링
파이낸셜뉴스
2023.09.21 18:02
수정 : 2023.09.21 18:55기사원문
유턴 후 실제 공장가동 54곳뿐
파격 혜택, 규제 개혁 이어져야
최근 10년 동안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와 공장을 가동 중인 유턴기업이 1년에 5곳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복귀를 선언한 유턴기업은 총 160곳이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돌아와 폐업을 했거나 유턴을 중간에 포기한 기업을 빼면 137곳, 다시 이들 중에서 실제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만 가려보면 54곳에 그쳤다는 것이다.
2013년 말 지원법까지 만들어 기업 리쇼어링을 독려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에 당국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질적 복귀유인책을 더 공격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리쇼어링 확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속한다. 정부는 기존 제조업 중심을 벗어나 첨단산업 위주로 리쇼어링을 추진할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다. 이를 살리기 위해선 첨단산업 투자액의 50%까지 한도 없이 지원하는 외국인 투자정책 수준으로 리쇼어링 지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투자 규모가 조(兆) 단위에 달하는 반도체·배터리 회사들이 해외 공장을 철수하고 국내로 오게 하려면 그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리쇼어링 성과를 위해선 기업환경 전반의 체질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의 고삐를 제대로 죄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경제 5단체가 지난 20일 개최한 '기업 제도개선 세미나'에선 규제를 해외 선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과거 외환위기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면서 각종 기업규제가 도입됐지만 이제 규제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 됐다.
이런 차원에서 경제계가 제안한 '원인, 투아웃(새 규제 하나를 도입하면 기존 규제 두 건을 폐지)' 제도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 규제개혁은 정부마다 최우선으로 꼽힌 과제이지만 성과는 매번 미미했다. 시한이 지나면 폐지하기로 한 일몰규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있다. 지난해 말 운영된 일몰규제 1830건 중 제도 취지대로 현재 폐지된 규제는 단 8건밖에 없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리쇼어링은 매번 쳇바퀴 도는 수준일 것이다. 저성장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최선책은 기업을 뛰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의 실행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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