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덤
뉴스1
2023.10.04 10:04
수정 : 2023.10.04 10:04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의철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상의 시즌이 다가왔다. 필자의 전공인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에 큰 기여를 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기반을 닦은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독일 바이오엔텍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수상했다. 코로나19 백신 출시 후 1년 동안 백신 덕분에 생명을 구한 사람의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1980만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으니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에 상이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위대한 업적을 이룩한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에 함께 기뻐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마음 한편에는 씁쓸함도 있을 것이다. 매년 10월 초 노벨상의 시즌은 반복되지만, 생리의학·물리·화학의 노벨 과학상에서는 그동안 한국인 수상자가 한 번도 배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상자만 배출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노벨 과학상을 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한국인 과학자도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제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는 잘 갖추어졌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 축적한 힘들이 위대한 발견과 훌륭한 업적으로 분출되기 직전의 상태에 우리나라 과학이 와 있다고 진단해 볼 수 있다. 이런 진단이 옳다면 노벨상에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 과학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대로 한국 과학계에서 위대한 발견과 훌륭한 업적들이 분출된다면 그중 누군가는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다면 이런 예상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남들의 연구를 답습하던 추격형 연구를 벗어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선도형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의외로 대중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필자는 가끔 유튜브를 통해 대중을 위한 면역학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과학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다 보면 연구실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으로 나의 과학을 다시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연구로 이어지게 된다. 과학이 과학자의 연구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과학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대중과의 소통 속에서 발전함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이런 소통 속에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이 더욱 높아지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잘 가꿔온 우리나라 과학의 연구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연구생태계를 거시적으로 보며 이를 지원해 주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조금만 잘못하더라도 지금까지 잘 쌓아온 우리나라 과학의 토대와 연구생태계가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 R&D에 투입되는 비용이 당장은 경제적 부가가치로 직결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예금이나 보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굳건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렇게까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과학과 대중문화는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감히 예상을 해보자면, 앞으로 10년이 지나기 전에 그동안 축적한 한국 과학의 힘이 위대한 발견과 훌륭한 업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노벨상은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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