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인 듯 고깃집인 듯… 안철수 태어난 130년 고택의 비밀

      2024.01.25 18:17   수정 : 2024.01.26 08:58기사원문

밀양 아리랑시장 인근에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 '향촌갈비'가 있다. 허영만 작가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곳으로, 130여년의 나이를 훌쩍 넘긴 고택과 수령 250년의 모과나무 연리지를 볼 수 있어 SNS 방문 후기가 줄을 잇는 곳이다.

이 식당의 주인은 '수묵화 명장'으로 이름이 알려진 청우 손주필 화백(71·사진)이다.

20대 시절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 결혼을 한 25세 때 고향으로 내려왔다. 양돈업과 과수원에 이어 식당을 차려 생업을 이어가다 1998년 무렵에야 문인화에 입문했다. 이후 30여년간 대한민국 미술대전, 강암휘호대전,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등에서 특선과 우수상 등 총 30회 이상 수상 기록으로 대가로 인정받았다.


1652㎡(약 500평) 규모 고택은 밀양 손씨인 화백이 3대째 물려받은 집으로, 현재도 사랑채를 가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아버지가 군의관이던 시절 이곳 중채에 세들어 살았는데, 안 의원이 당시 이곳 중채에서 태어난 일화도 유명하다.


손 화백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에 들어서면 서울 인사동의 어느 갤러리에 와 있나 하는 착각이 든다. 식당은 안채와 별실 등 한옥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문틀 구조만 모두 통유리로 바꿔 리모델링했다. 내부 벽 곳곳에는 손 화백이 직접 작업한 수묵화가 걸려 있다. 한옥이 지닌 전통의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작품들, 중정과 연리지, 또 서양풍의 모던한 인테리어가 곁들여져 정갈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넘친다.

그가 즐겨 그리는 문인화는 전문적인 화가가 아닌 사대부층이 여가로 즐긴 그림이다. 먹의 농담으로만 피사체의 형체와 특징을 드러내는 만큼 섬세한 힘 조절과 타고난 미적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가 수년 전 그린 사신도 그림은 홍삼 제조기업 진삼가의 프리미엄 상품 패키지에도 새겨졌다. 청룡의 해를 맞아 더욱 주목받는 사신도 속 좌청룡의 당당한 자태는 이영옥 전통자개 명장과의 콜라보로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는 중이다.


잉어를 소재로 한 그림을 가장 즐겨 그린다는 손 화백은 "70여점의 작품이 그간 쌓였고, 100점까지 채워 올해는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양에서 태어나 밀양에서 일하며 밀양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그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인 셈이다.
손 화백은 "내 고향이라 딱히 어디가 더 좋다 말할 건 없다"면서도 "또 놀러오라"며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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