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성과 사실혼' 국가유공자 배우자의 보훈급여금, 대법 "형사처벌 위법"
파이낸셜뉴스
2024.02.08 12:00
수정 : 2024.02.08 12:00기사원문
"신고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에 불과"
[파이낸셜뉴스] 국가유공자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을 신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훈급여금을 수령했더라도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고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지난달 11일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A씨는 1995년 4월 다른 이와 사실혼 관계에 들어갔는데도, 2012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63차례에 걸쳐 매달 130~170만원씩 모두 1억2800여만원의 보훈 급여금을 수령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옛 국가유공자법은 국가유공자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유공자의 가족에 해당하지 않게 되면 국가보훈처장에게 즉시 신고토록 하고 있다.
1심은 A씨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을 받았다 면서도 고령인 점을 감안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유공자법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적시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을 받는 행위’가 주관적으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임을 인식하면서 받을 수 없는 보상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는 기존 판례에 주목했다.
다른 사람과 사실혼으로 ‘국가유공자 가족 제외’라는 신고 사유가 발생했음을 알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A씨는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이며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보상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1심의 유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 판단에는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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