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 기업에 76조 지원, '밑빠진 독' 안되도록
파이낸셜뉴스
2024.02.14 18:33
수정 : 2024.02.14 18:33기사원문
살릴 기업 살리고 한계기업 걸러야
돈 풀기만으론 총선용 정책 못 면해
여기에 더해 은행의 본질적 역할인 기업금융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요 대책을 보면 정부는 중소기업에 19조4000억원을 공급해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5%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에 한해 1년간 최대 2%p까지 금리를 낮춰준다. 2조원 규모의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포함해 11조3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가산금리 등을 면제하는 3조원 규모의 신속 정상화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반도체·2차전지 등 주력사업에 15조원을,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에 20조원+알파(α)를 지원한다. 성장이 정체된 중견기업에도 15조원을 공급해 신사업 진출을 유도한다.
기업 자금사정이야 제각각이지만 고금리와 경기위축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시설투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게 다수 기업의 현실이다. 고용인력도 줄이고 있는 판이다. 이런 중소기업의 부실과 은행의 대출건전성 악화는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3만6425개 외부 회계법인 감사기업 중에 11.7%(4255개)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2019년 이후 최다인데,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이 늘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통계상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의 배 수준인 0.6%까지 올랐고,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3%로 2001년(0.38%)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재정이 대거 풀리면 기업 형편이 좋아진다. 그러나 '돈잔치'가 끝나고 긴축으로 돌아서면 준비 안 된, 경쟁력 없는 기업들부터 쓰러지는 게 이치다. 이 가운데 잠재성장력과 기술력을 갖추고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기업을 찾아내 살려내는 게 제대로 된 정책이다.
반대로 정책자금으로 연명하는 부실 한계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정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고통이 있더라도 새살이 차오를 때까지는 아픔과 인내가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없이 돈만 쏟아붓는 식의 '기업 달래기'는 총선용 선심정책이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자금지원만이 능사도 아니다. 제조강국으로 부상한 중국, 글로벌 생산기지로 성장한 베트남 등 신흥국과 견주어 경쟁력을 갖춘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을 키워내야 한다. 경제 규모에 비해 위축된 원격의료,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서비스업종의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역량을 높여 해외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지, 시대에 역행하는 법·제도가 없는지, 취지와 달리 낭비되는 예산이 없는지 계속 들여다보고 고쳐나가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금융과 정책의 두 축을 원활하게 활용해야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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