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반도체 속도전'에 위기의식은 있나
파이낸셜뉴스
2024.02.25 19:23
수정 : 2024.02.25 21:14기사원문
TSMC 日공장 역대 최단 가동
기존 프로젝트 이행 너무 늦어
일본의 반격이 시작됐다. 잃어버린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상징하는 TSMC의 일본 규슈 구마모토 공장이 지난 24일 가동했다. 대만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은 구마모토 제1공장 준공식에서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 경제안보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일본산 반도체 생산'에 한껏 고무됐다. 이 공장은 일본 정부가 TSMC 유치를 위해 투자액의 40%인 4조2000억원을 지원하고, 그린벨트 규제까지 푸는 파격적 혜택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게다가 통상 4~5년 걸리는 공기를 착공 20개월 만에 준공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제1공장에선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산업기기용 범용 반도체를 만든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TSMC 6나노급 제2공장은 물론 최첨단 3나노급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미·일의 거센 추격에 우리나라의 반도체 주도권도 위협받고 있다. 그럼에도 경쟁국에 비해 느긋해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장을 짓겠다며 부지를 정한 게 5년 전이다. 내년에 착공해도 2027년께나 양산이 가능하다. 지난달 15일 정부는 2047년 중장기 프로젝트로 총 622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했다. 용수·전력 등 인프라 조성계획 등을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속도에선 한참 늦다. 실제 이 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의 1호 반도체 공장 가동이 2030년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장밋빛 계획만 다듬고 논쟁하다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지금 당장 규제 철폐와 세제감면 등으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전폭 지원해도 경쟁국 추격이 만만치 않다. 미국과 일본을 보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긴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 반도체 속도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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