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푸바오와 행복했던 1354일
뉴스1
2024.04.04 06:03
수정 : 2024.04.04 08:36기사원문
검은 조끼를 입은 듯한 특유의 무늬가 뚜렷해지며 제법 판다다운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에버랜드 제공)2020.9.10/뉴스1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영원한 아기 판다야, 고맙고 사랑한다."
푸바오에게 작별을 고하는 '할부지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장대비 속에서 시민들은 푸바오와의 이별 순간을 지켜보며 눈물과 빗물을 함께 닦아냈다.
지난 3일 에버랜드에서 열린 푸바오의 환송식 행사 모습이다. 이날 푸바오는 무진동자동차에 탑승한 채 에버랜드를 떠났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세기를 타고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워룽 선수핑 기지로 이동했다.
푸바오의 모습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배웅을 위해 6000여 명의 시민이 에버랜드로 운집했다.
◇모친상 강철원 사육사, 가족회의 끝 중국행 결정
이날 강 사육사는 판다월드를 나서며 "푸바오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다소 침울한 표정의 강 사육사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던 푸바오,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받던 우리 푸바오가 제2의 '판생'을 위해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날"이라며 편지를 읽었다.
강 사육사는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푸바오 사랑해"라고 전하며 탄식하는 팬들을 향해 "너무 울지 말아달라. 푸바오 잘 보내고 오겠다. 푸바오를 잊지 말아달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푸바오와의 이별을 하루 앞둔 2일 강 사육사가 모친상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강 사육사는 비통한 가운데서도 푸바오를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해 중국까지 동행했다.
강 사육사의 동행에는 강 사육사 본인과 가족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남 2녀 중 3남인 강 사육사는 가족회의 끝에 계획대로 중국행을 결정했다.
에버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강 사육사 가족들은 '어머니가 배웅하는 것을 더 원하셨을 것'이라며 강 사육사의 푸바오 배웅을 도왔다. 강 사육사의 어머니는 90세로 영면했으며 빈소는 전북 정읍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도 강 사육사가 이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이송 인원을 최소화했다. 전세기에는 중국 수의사와 강 사육사, 조종사, 승무원 등만 탑승하게 된다.
◇"작고 소중했던 아기판다야, 너의 '판생'을 응원해"
푸바오의 탄생부터 육아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아기판다 다이어리'도 팬들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블로그 '위드 에버랜드'(with Everland)에는 2020년 7월28일부터 강철원 사육사가 직접 작성한 육아일기 시리즈가 업로드 돼 있다. 푸바오편이 시즌1, 쌍둥이 판다편이 시즌 2다.
푸바오 육아일기를 다룬 시즌1는 32화에 걸쳐 올라왔다. 마지막 게시일은 2021년 7월21일이다.
다이어리를 보면 여느 부모가 작성한 육아일기와 별반 다르지 않게 푸바오를 향한 강 사육사의 애정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푸바오가 태어났던 당시를 회상하는 첫 일기엔 "2020년 7월 20일 밤 9시 49분. 저의 32년 판다아빠 인생 중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아이바오에게 양수가 터지고 진통이 찾아온 건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1시간 반여의 고된 진통 끝에 드디어 귀여운 아기판다가 탄생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푸바오가 태어난 지 7주가 되었을 때는 푸바오는 물론 아이바오를 향한 애정까지 묻어난다.
강 사육사는 "요즘 손주를 자랑하는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판다 티가 확실해진 아기 판다를 자랑하느라 수다스러워지는 저의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엄마를 쏙 빼닮은 예쁜 얼굴에 맑고 깊은 눈매까지 누가 봐도 아이바오 판박이 같다. 정말 너무 예쁘다"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상에선 해당 육아 일기를 정주행 누리꾼들이 "아침부터 또 눈물, 콧물 뺐다. 뚠빵아 할부지의 사랑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첫 판다 손주라 정말 금이야 옥이야 공주처럼 키워주셨죠", "마음이 왜 이렇게 아릴까요" 등의 애정 어린 후기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강철원 사육사는 중국 쓰촨성에서 판다 사육 연수를 거쳐 지난 2016년 3월 3일 푸바오 부모인 아이바오(암컷), 러바오(수컷)를 한국으로 들여왔다. 이후 2020년 국내 최초 판다 자연분만 번식에 성공해 푸바오를 얻으며 숙원이던 '판다 할아버지' 별명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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