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 파격 대우와 대비되는 우리 현실
파이낸셜뉴스
2024.04.16 18:31
수정 : 2024.04.16 18:31기사원문
9조 지원하고 반도체 생태계 건설
국내 지원 미흡해 기반 약화 우려
인텔은 1000억달러를 투자해 85억달러를 받는다. 투자금 대비 8.5%다. 650억달러를 투자해 66억달러 지원을 끌어낸 TSMC는 투자 대비 10% 정도 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의 위상을 미국 정부가 높이 쳐준 것으로 분석했는데, 반도체 새 격전지 미국에서 삼성의 선전을 기대한다.
첨단시설을 짓는 해외 기업들에 이렇게까지 파격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 전략의 배경을 거듭 새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뺏긴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며 반도체 자국주의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세계 공급망 새 판을 짰고, 세부 프로젝트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좁힌 중국을 따돌려 경제안보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자국 제조업의 부활이 목표다.
미국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첨단 일자리 혜택도 말할 것 없다. 삼성의 투자만으로 5년 내 2만개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 협력사 일자리까지 포함하면 수만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인텔, TSMC 등의 투자까지 합치면 미국 내 반도체 일자리는 2030년까지 12만개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미국반도체산업협회의 전망이다.
기업들은 엔지니어 등 고급인재 부족 사태를 대비해 미국 대학에 장학금을 주고 연구개발(R&D) 지원 경쟁까지 벌인다. 삼성도 이미 텍사스 테일러와 오스틴 지역 대학에 대규모 투자로 인력양성을 돕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큰손을 고객사로 끌어들이는 데 한층 용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인텔, TSMC 등 경쟁사들은 자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AI 네트워크 저변을 넓혀왔다.
우리의 경우 정부나 정치권이나 말만 많고 실질적인 반도체 지원책은 미흡하다고 본다. 입지규제는 여전히 강력하고 보조금은 대기업 특혜론에 밀려 논의도 쉽지 않다. 국가전략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정도가 인센티브인데 이마저도 연말 끝난다. 이대로면 국내 반도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총력전에 여야가 나뉠 수 없다. 정부,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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